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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체적 진실발견에의 고뇌

    김홍엽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법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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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인정한 사실이라 하여 객관적 사실 자체는 아니다. 이는 덧씌워지지 아니한 발가벗은 역사적 사실(naked fact)이 아니라 증거에 의하여 회고적으로 포착된 사실(evidentiary fact)이다. 확정판결로 인정된 사실도 기판력이 미치는 동일 사건이 아닌 한 얼마든지 이를 다툴 수 있다. 물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쟁의 기초된 사실이 동일하다면 강한 증명적 효과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재판을 통하여 실체적 진실을 규명한다는 명분과 달리 증거재판의 속성상 법원이 인정하는 사실이 실체적 진실이라고 선언할 수도 없거니와 이에 대한 확신도 담보할 수 없다. 특히 민사재판의 경우 변론주의 등의 원칙상 민사판결의 사실인정이 항상 진실한 사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자유로운 견해 개진과 토론, 비판 등이 허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판례(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5628 판결)를 접하면 더욱 이를 실감한다. 이런 사정은 직권주의가 적용되는 형사재판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궁극적으론 자유심증주의에 따른 사실인정이라는 면에서는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비록 논리법칙과 경험법칙에 따라야 하는 제약이 있기는 하나, 법관의 인식, 성향 및 직업적 타성 등으로 사실인정상 오류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독일의 Schunemann 교수는 법관의 정보인지능력에 따른 정보선택이 불가피하고, 정보분석능력의 차이로 일정 부분 정보왜곡이 초래될 우려를 불식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법관은 자신의 제한적 경험이나 인지적 착각에 의하여 잘못된 가설(假說)을 세우고 사실관계를 재구성하고 있지 않은지 거듭 살펴야 한다. 법관은 사실인정 시 지나친 자신감, 즉 과신(overconfidence)을 경계하여야 한다.

    국민은 법원이 비록 증거에 의한 사실인정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가능한 한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사실의 확정을 바란다. 배심재판이 아닌 한 직업법관이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많은 고민 끝에 사실을 확정하고 법률을 적용해 주기를 기대한다.

    공정한 재판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공정한 사실인정에서 비롯된다. 국민은 법원이 간접사실 하나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탐색하고, 성의를 다해 섬세하게 사실인정을 해주기를 바란다. 나아가 간접사실의 추인을 통하여 주요사실을 인정할 경우에도 치밀한 논증과 합리적 평가를 게을리하지 않아 객관적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를 것을 바란다. 항간에 떠도는 어느 재판장의 "법리는 양보할 수 없는 명확한 영역이라 고민할 사안이 아니었다"는 말은 그 의도를 선해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적절한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 국민은 법리의 영역을 어떻게 잡든 법관이 재판에서 고민을 다하지 아니한 부분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김홍엽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법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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