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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변호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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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저기 방청석에는 피고인의 아내분이 계십니다. 아내분, 재판장님께서 보실 수 있도록 손 한번 들어주시겠어요?”

    꽤 규모가 큰 항소심 법정 안, 저 멀리 방청석에서 한 여성이 시원하게 손을 번쩍 들었다. 나이 지긋한 재판장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듯 했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을까.

    변호사 개업 이후 민사 사건을 위주로 진행해왔다. 작년 여름쯤 의뢰인이 나를 찾아왔을 때, 사건을 맡을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첫 상담에서 처벌 전력이 있는지 의례적으로 묻는 나에게 그는 강도 살인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형 집행 종료를 1년 앞두고 가석방되었다고 했다. 담담하고 차분했다.

    정월 초하루, 해돋이를 보러 떠난 속초 여행지에서의 업무방해 혐의였다. 다친 사람은 없었고 파손된 기물도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처벌을 원치 않았다.

    의뢰인이 내게 왔을 땐 이미 1심 선고가 난 후였다.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의뢰인은 만족했지만 이미 3년 실형을 구형했던 검사는 그러지 못했고, 항소했다.

    좀 더 평범했다면, 주취 상태에서의 소란은 하루 유치장 신세로 끝났을지 모른다.

    갓 스물을 넘겼을까. 친구가 찌른 칼에 사람이 죽었다. 살인의 결과는 의뢰인에게도 미쳤다. 14년이 지나 교도소에서 나왔을 때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긴 의뢰인에게 세상이 호락호락할 리 없었다. 은인을 만나 인테리어 공사 일을 배우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지내던 중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해돋이 여행 중 산오징어를 먹고 싶어 하는 아내와 들어간 횟집에서 오징어의 신선도가 발단이 되었다.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1심 재판장은 모든 사실을 시인하는 의뢰인에게 국선변호인의 도움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 같다며 선임을 만류하는 나에게 의뢰인은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원하는 건 1심 재판의 유지였다. 나는 의뢰인에게 반성문과 탄원서를 계속 작성할 것을 독려했고, 과거의 그림자가 현재에 닿을 수 없도록 현재의 성실하고 행복한 삶에 대해 변론했다.

    직장을 다니는 피고인의 아내가 재판에 올 줄 몰랐다. 크고 따뜻한 눈을 가진 아내의 높이 든 하얀 손이 최고의 변호가 되었다. 1심 판결은 그대로 유지됐다.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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