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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

    김남순 지청장 (논산지청)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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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사기 중 백제본기에 '작신궁실(作新宮室),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라는 기록이 있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백제 궁궐 건축미에 대한 평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이 미학은 오늘날에도 계승 발전시켜 우리 일상 속에서 간직해야할 소중한 한국인의 미(美)라고 한다.

    부여 정림사지오층석탑(국보 제9호)은 이러한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단단한 화강암 재질의 돌 사용은 석탑의 강건함을 느끼게 한다. 지붕돌 모서리마다 하늘을 향해 살짝 올려진 버선코 곡선은 목탑의 섬세함을 드러낸다. 탑 전체에 수리적 비례 적용은 균형과 정제미를 보여준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 탑 기단하부의 기초다짐은 돌을 혼용하지 않고 흙을 한켜 한켜 다져 쌓아 여러 겹으로 단단하게 다진 순수한 판축토, 판축기법으로 축조되었다. 그리하여 이 탑은 건축 추정시기인 백제 사비시대(538~660년)부터 약 15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단 한 번도 해체 복원됨이 없이, 백제 멸망의 슬픈 역사와 백제 장인의 아름다운 예술혼을 오롯이 간직한 채 보존되고 있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개혁, 법원개혁, 난민문제, 병역거부 관련 대체복무제 등 사회 법질서에 대한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이런 시기일수록 정림사지오층석탑의 판축기법처럼, 국민 한명 한명의 의견을 모으고 공감대를 이루어 단단하게 다져진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흔들리지 않는 법치주의로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퇴임하신 고검장님의 "내 사건의 관계자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라는 메모를 늘 지니고 다니며 근무하였다"는 말씀이 마음에 깊이 남는다. 검사로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미학적 자세를 견지한다면 기록 속 사건관계자들의 삶이 화이불치(華而不侈)하게 피어날 수 있지 않을까.

     

    김남순 지청장 (논산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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