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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답은 성 평등에 있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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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전년 대비 10% 가까이 떨어졌다. 인구절벽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올해 1.0명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2015년 기준 1.68명이니 우리는 이에 한참 못 미친다. 저 출산·고령화 추세가 상당 기간 진행된 지금 이를 바꾸기에는 수백 가지 출산장려 정책도 역부족이다. 왜 이처럼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일까. 부부가 아이를 낳아 기를 주거 걱정에 임신을 주저하는 것일까. 교육비 부담 때문일까. 잘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일까. 물론 아이를 낳아 기르려면 집도 있어야 하고 사교육도 시켜야 하니 경제적 부담이 원인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정부도 신혼부부·청년·한부모가정 주거지원과 출산·육아지원을 저 출산 핵심대책으로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주거복지와 출산·양육 지원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만으로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단기처방은 될 수 있어도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유인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막대한 재정투입에 비례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려면 패러다임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출생아 수나 출생률 같은 양적 목표를 제시하는 대신, ‘2040세대 삶의 질’ 개선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 장시간 노동 및 주거 불안, 젠더 불평등에서 출산율 감소의 원인을 찾은 것이다. 여기에는 여전히 일자리를 주고 결혼비용 부담을 줄여주면 결혼이 늘어나고 더불어 출산율 감소폭도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그러나 출산율 감소의 원인은 거기에만 있지 않다. 해답은 성 평등이다. 여성의 전 생애에 걸친 불평등과 차별이 결혼을 주저하게 만들고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임신으로 인한 차별,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의 위험, 독박육아의 두려움 등등 취업과 승진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남성보다 현격히 불안한 근로여건과 낮은 임금이 여성을 비혼(非婚)으로 내몬다. 임신하면 퇴사를 걱정해야 하는 사회, 출산·육아휴가 쓰기가 눈치 보이는 사회에서 출산은 그 무엇으로도 촉진될 수 없다.

    모성보호 휴가, 아빠 육아휴직, 아동수당과 보육수당, 공공 보육시설 등과 같은 법·제도는 구비되어 있지만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차별을 목도한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그림의 떡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혼과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출산장려정책을 포함한 모든 정책의 초점은 성차별 없는 성 평등 사회 만들기에 두어야 한다. 여성도 직장을 갖고 직업 경력을 유지하게 하는 데 적합한 교육·노동·복지·조세정책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남녀가 평등하게 일·가정 양립이 가능해야 출산율도 높아진다. 출산율은 성 평등 지수와 비례한다. 성 평등정책이 곧 출산장려정책이다.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게 스스로 노동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직업과 육아를 동등하게 함께할 때 출산율도 올라갈 수 있다. 북구 유럽, 특히 스웨덴이 모범사례다. 스웨덴의 출산율은 1.85명(2016년)이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성차별과 불평등은 많은 사회문제의 근원이다.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질적으로 실현하고 국가 활동의 기준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평등기본법(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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