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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포비아와 ‘헤이트스피치 특별법’

    최유진 변호사 (법무법인 수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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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예멘 난민 500여명이 제주도로 입국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난민 · 무슬림 포비아’ 가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30일 서울에서는 난민 입국에 찬성 ·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리며 예멘 난민보다 많은 숫자의 국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 도심으로 모여들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탈북자를 제외한 난민들이 찾지 않는 땅에 속해왔다. 그런데 제주도는 비자 없이도 30일간 체류가 가능하며, 만료 후에도 난민 자격을 신청하면 해당 기간에 체류할 수 있기에 삶의 터전을 잃은 예멘 난민들 중 500여명이 입국하였고, 동시에 우리 국민들은 이제 난민 문제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만이 아님을 실감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을 뿐, 난민 문제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었다. UN에 의하면 2017년 한 해 난민 숫자가 약 6850만명으로 이는 영국 인구(약 6650만명)보다도 많은 수치이다. 세계 어디에선가 2초에 1명이 집을 쫓기는 상태가 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이 난민 수용에 대한 부담감을 이유로 정책을 강화하는 등 국경을 걸어잠그고 있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역시 자국민의 일자리 감소 및 난민에 대한 불안감이 주요 원인이었고, 그 양상만 조금씩 다를 뿐 일본 · 중국 등 아시아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본의 경우 난민인정을 신청하는 외국인이 증가하여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치인 1만9000명을 기록하였으나, 법무부가 난민 인정 기준의 재검토를 단행한 결과 불과 20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국내 여론은 이를 근거로 우리도 기존 ‘난민법’ 이나 제주도의 무사증 제도를 폐지하고 난민 심사 기준을 강화하여서라도 난민 인정을 최소화 하여야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 올라온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문제에 따른 난민증, 무사증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 요구 참여자가 22만을 훌쩍 넘었다는 점 또한 국민들의 난민 수용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말해준다. 그러나 밀입국 · 불법체류 외국인 문제와 미흡한 법제를 지적하는 것과 별개로 무분별한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풍토가 조성되고 있는데, 이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일종의 폭력적 언동이다.

    SNS 등지에서 예멘 사람들이 난민이라는 이유와 더불어 무슬림 남성이라는 이유로 유럽의 사례를 들어 잠재적 강간 범죄자로 지목하면서 인종 차별적 게시물이 업로드 되며 제노포비아(외국인혐오)를 부추기는 차별선동이 반복 · 확산되기 시작하여 어느덧 통제가 필요할 정도에 이르렀다.

    ▶ 일본의 ‘헤이트 스피치 특별법’

    몇 년 전부터 일본 내 ‘혐한(嫌韓)’ 풍토가 확산되어 일본 거주 한국인, 한인 일본 여행객 등이 그 피해를 입어 한동안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이를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인종이나 종교, 성별, 성적 취향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폄하하여 폭력과 차별을 부추기는 언동)’ 라고 하여 하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정부 및 지자체 주도 하에 이를 해결하고자 하여 왔기에 관련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일본에서의 인종 차별 및 혐오 문제는 난민이나 불법체류자 보다는 ‘혐한(嫌韓)’ 과 관련하여 이슈가 되어 왔다. 2013년 일본 도쿄의 한인타운인 신오쿠보(新大久保) 등에서 열린 반한(反韓) 시위 당시 욕설과 함께 인종 차별 표현이 사용 된 것을 일본 언론이 ‘헤이트 스피치’ 라고 지적하며 문제로 대두되었고, 같은 해 10월 7일 교토지방법원에서 일본 최초로 "헤이트스피치가 인종 차별 철폐 조약 에서 금지 한 인종 차별에 해당하여 위법이다" 라는 취지의 판결을 하기도 하였다. ‘헤이트 스피치’라는 용어는 2013년 신어 · 유행어 대상 상위 10에 선정될 만큼 당시 일본 내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본 내 자성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오사카(大阪)시에서 조례를 제정하여 대응한 것을 시작으로, 이에 힘입어 법무부는 ‘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책 추진에 관한 법률’(本邦外出身者に対する不当な差別的言動の解消に向けた取組の推進に関する法律, 이하 ‘헤이트스피치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또한 2015년 1월부터 헤이트스피치와 관련한 계몽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고, 2017년 2월까지 23개 도도부현의 약 70개 지자체에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전형적인 예를 제시하였다.

    이후 가와사키(川崎)시에서도 ‘헤이트스피치를 용서하지 않는 가와사키 시민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조례 제정을 추진 중에 있는 등 일본 내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선에서 혐오 표현을 자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헤이트 스피치 특별법’은 이념적인 법률에 그치는바 벌칙 규정의 부재로 혐오 발언 자체를 이 법으로 단속할 수는 없고, 구체적 사안별로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묻거나 형법의 신용훼손죄, 명예훼손죄, 모욕죄 등을 적용하여 처벌하여야 하는 한계점이 있다. 또한 아직 일본 내에서 위 특별법 제정으로 인하여 헤이트 스피치 혹은 인종 차별 · 혐오 문제가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 결과가 발표된 바는 없다며 그 실효성이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대한민국 역시 난민 및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국가 정책을 강화하면서도, 이것이 막연히 타 인종 혹은 종교에 대한 감정적인 증오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다르다고 하여서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은 모두 공감하고 있으면서도, 무의식중에 ‘헤이트 스피치’를 행하고 있을 지도 모름을 의식하여야 한다. 더불어 다양성을 포용하여 건강한 공동체 사회를 지향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종차별적 혐오표현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다른 인종에 대한 혐오와 차별 풍토가 사라지는 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자국민의 보호와 혼란을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타문화 · 인종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가 계속될 수는 없다. 지금은 과도기에 놓여 있지만 향후 난민 정책에 있어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거두고,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고 배려하는 시민사회의 자정 노력과 자율 규제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최유진 변호사 (법무법인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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