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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

    석근배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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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A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추가 공사 및 민원 문제와 관련하여 기존에 쌓아 둔 긴밀한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협력업체 측에서 추가 공사비 및 인허가 비용 일체를 부담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당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는 없습니다”라는 보고가 올라온다면, 이 직원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도급법이 적용되고 있는 공사현장이라고 한다면, 이 직원의 행동은 2013년 신설된 하도급법 제3조의4에 규정된 ‘부당특약 금지’ 규정에 반하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직원이 고려 때의 서희와 같은 신출귀몰한 협상력을 발휘하여 회사의 리스크는 최대한 줄이고 비용을 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거래 현실에서는 당사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 당사자들이 보유한 전체적인 역량의 차이, 거래 대상인 물품의 특성 등에 따라 이른 바 ‘갑’과 ‘을’이 정해집니다. 특히 전속적인 거래관계에 있거나 당사자간 역량의 차이가 크거나 자원과 사업의 기회가 한정되어 있다면 이러한 서열(hierarchy)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서열이 정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약육강식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정글’은 아니기에, ‘을’이 언제나 ‘갑’에게 먹히지 않도록 하는 제도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을 비롯해서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등은 당사자들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한 계약과 거래관행의 개선을 위해 마련되었고 지금도 수시로 개정되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바로 위 사례에서 협력업체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게 된 것도 직원의 신출귀몰한 협상력 때문이 아니라 ‘긴밀한 우호관계’라는 일곱 글자에 함축되어 있는 수많은 사연들의 결과물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불과 2달 전 40도의 더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완연한 가을이 되었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파란 가을하늘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이런 날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3악장을 들어보면 어떨까요? 드넓은 푸른 벌판을 마음껏 날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석근배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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