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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된다는 것

    이충윤 변호사 (법무법인 주원·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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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4살된 딸과 8개월된 아들을 키우고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청년 맞벌이 부부가 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실로 만만치 않은 일이며, 필자의 와이프는 벌써 두 번째 육아휴직 중이다. 


    출산휴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육아휴직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원칙이나, 잘 보장되지 않는 직역이나 회사도 많다. 상대적으로 잘 보장되는 직업을 가지고 헌신하는 와이프에게 필자도 항상 감사하고 있다.


    ▲ 항상 부족한 잠

    모유를 먹는 아기는 새벽에도 1~2시간에 한번씩 배고파 우는 것이 일상이며, 모유 수유하는 엄마의 존재는 그 누구도 대체하기 어렵다. 모유가 아무 때나 원하는 대로 나오는 것도 아닌지라, 엄마의 정신건강이나 영양상태가 상당히 중요하다. 엄마가 젖몸살에라도 걸린다면 온 가족이 걱정에 빠지고 힘들어진다.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 아기의 의사소통 수단은 오직 울음이다. 배고픔, 대·소변, 더위·추위 등 어떤 불편함이라도 있다면 아기는 그 불편함이 해소될 때까지 운다. 필자는 아기가 원하는 바를 재깍재깍 파악하지 못하여 육아 4년차에 이르러서도 애를 많이 먹고 있다.

    아기의 통잠은 모든 부모의 소원일 것이다. 긴 밤 동안 아기는 자주 깨서 우는데, 아기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도 굉장한 고역이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베이비 시터 등 사람을 쓰면 해결되지 않느냐고 속 편한 소리를 하는데, 이는 사실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내 아이니까 키우지, 아니면 못 키운다”는 말처럼 다른 사람이 정성껏 신경 써줄지도 의문일뿐더러, 베이비 시터는 기본적으로 일상 업무시간 내에 근무하기 때문이다. 야간에 일하는 입주 육아 도우미 등은 적당한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운데다가, 웬만한 맞벌이 가정의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금액을 요구한다.

    설상가상으로 입주 육아 도우미가 있더라도 아기는 엄마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엄마는 조금 덜 힘들 뿐 육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당연히 엄마는 만성적으로 잠이 부족하고 체력적으로 지쳐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소설이다.’라는 책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아기에게는 항상 누군가가 붙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부부가 같이 극장에서 그 흔한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 선배는 필자에게 작은 아기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즈음이면 와이프와 극장 데이트가 가능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맙소사, 적어도 6년은 지나야 한다.

    아빠로서 일과 가사, 그리고 육아를 조화롭게 수행하기도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 이른 새벽 출근길부터 다음날 새벽에 깨는 아기를 얼르고 달래는 것까지 아빠의 하루도 길고 험난하다. 오죽하면 ‘working daddy’가 아니라 ‘walking dead’라는 말까지 등장했겠는가.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치는데, 어른들은 계속 나이들고 약해진다. 필자는 처가에서 가까운 곳에 거주하고 있어 감사하게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데 장모님이 육아를 도와주신 이후로 부쩍 자주 편찮으시고 체력도 약해지는데 정말 죄송할 따름이다.


    ▲ 아이가 둘이 되면

    첫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필자는 딸 가진 다른 아빠들처럼 딸바보로 거듭 태어났다. 갓 태어난 딸아이가 한 손 가득 아빠의 새끼 손가락을 움켜쥐는 순간, 처음으로 목을 가누고 몸을 뒤집는 순간, 긴 옹알이 끝에 처음으로 ‘아빠’를 부르는 순간, 아빠를 안아주며 뽀뽀해주는 순간 등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

    딸아이가 세 돌이 지나면서 ‘아기아기’한 맛이 살짝 줄어들 때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 한 번 키워봤으니 익숙하지 않을까 했던 기대와는 달리, 더욱 쉴틈없고 옹골찬 육아의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흔히들 아이 숫자의 제곱에 비례하도록 육아가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필자 또한 이를 실감하고 있다.

    어른들은 한끼 정도 거르거나 대충 때워도 무방하지만, 아이들은 세 끼를 모두 챙겨줘야 한다. 딸은 밥을 먹어야 하고 아들은 수유를 해야 하는데, 엄마는 몸이 하나고 아빠는 아직도 서투르다. 우는 아기를 안아서 달래주면 딸아이가 질투를 하기 때문에, 둘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계속 안아주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둘 다 잠든 틈에 밀린 집안일까지 하고 잠시 쉬려 하면 둘째가 배고프다고 깨서 운다. 맙소사, 그 소리에 첫째도 따라 깼다.

    육아를 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새삼 느끼고는 한다. 남의 떡이 커 보일 뿐이지, 쉬운 육아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들 아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키우는 것일 뿐이다. 필자도 예쁜 딸과 잘생긴 아들을 보면 정말 행복하기 그지없다.

    육아의 가장 무서운 점은 퇴근도 주말도 연차도 없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필자의 이야기이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일과시간에는 상사와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가운데 업무 수행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치열하게 고민하고, 퇴근 후 쉴틈없이 바로 ‘육아출근’하는 청년 변호사들의 삶이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 무럭무럭 크고 있지 않은가? 이 시대의 워킹맘·워킹대디 파이팅!


    이충윤 변호사 (법무법인 주원·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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