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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한 기소’라고 부르지 말자

    김연기 변호사 (법률사무소 다옴)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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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는 12월 13일에는 일본의 유명 배우 기무라 타쿠야가 주인공으로 모델링 된 ‘저지아이즈 : 사신의 유언’이라는 게임이 발매된다. 이 게임은 주인공인 변호사가 살인 사건 피고인을 변호하여 무죄 판결까지 받아냈는데, 막상 그 피고인이 판결 직후 다시금 살인 사건을 범하였고, 이 때문에 주인공인 변호사가 변호사업을 관두고 탐정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배경으로 한다.


    여기서 주인공이 대단한 변호사인 것을 드러내기 위하여 나오는 대사가 ‘일본의 재판 유죄율은 99.9%, 어이가 없는 수치죠?’다. 그런데 이는 비단 게임의 얘기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5년간 제1심 무죄율은 2017년 0.71%, 2016년 0.59%, 2015년 0.58%, 2014년 0.56%, 2013년 0.52%이고, 제2심 무죄율은 2017년 1.58%, 2016년 1.47%, 2015년 1.72%, 2014년 1.78%, 2013년 2.01%로 그 무죄율이 극히 낮은 편이다(출처 형사재판결과, 통계생산기관 대검찰청 공판송무부 공판송무과).

    그럼에도 형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 검사의 ‘무리한 기소’라는 비난이 따른다. ‘그럼에도’라고 표현하기에는, 어쩌면 무죄율이 낮기 때문에, 반대로 무죄가 나오면 그대로 ‘무리한 기소’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게 맞는 말일까?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최근 5년간 무죄평정 건 중 검사 과오로 나타난 사례는 5,815건이고, 이는 최근 5년간 무죄평정 결과 총 33,669건 중 5,815건에 해당하며, “매년 무죄 사건의 15% 정도가 검사의 과오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라고 하고, “검사의 무리한 기소는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이 글을 쓰는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매년 15%의 검사 과오 비율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위 생각이 맞다면) 이는 앞서 살핀 무죄율을 간과한 주장이다. 검사가 기소한 사건이 유죄가 되는 경우를 가리켜 검사 과오는 없는 경우라고 본다면 전체 기소 사건 중 검사 과오로 무죄가 나오는 사건에 한하여 이를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5년의 기소 사건 수를 살피면, 그 총 수는 4,337,292건이다(2017년 809,882건, 2016년 894,616건, 2015년 852,314건, 2014년 870,322건, 2013년 910,158건. 출처 검찰통계시스템, 통계생산기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 위 검사 과오 무죄사건 수를 5,815건이라고 본다면(이는 2018년의 것이 고려된 것으로 보이는데 엄연히 따지면 앞서의 수치들에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총 기소 사건 중 검사 과오로 무죄가 나오는 비율은 약 0.134%에 불과한 것이다. 15%와는 거리가 아주 먼 수치이기도 하다.

    나는 우리나라 검사가 일을 잘하고 있다고 얘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검사는 기본적으로 소추기관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소독점주의를 취하고 있는 한 가능하면 검사는 기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검사의 기소만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이 발생하면 안되는 것이므로, 우리 법은 불구속 재판을 원칙으로 하고, 무죄를 추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검사의 기소 자체가 큰 의미를 두다보니, 기소가 있으면 사실상 유죄 추정으로 재판이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넘어 어떤 경우에는 사회 분위기나 여론에 비추어 기소를 하지 아니하면 안 되는 사건이 있는데 막상 그 기소는 여론 등에 의해 이뤄진 측면이 큼에도, 그 기소 자체로 사실상 유죄로 평가되어 여론이 재형성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다가 판결의 결과가 여론과 달리 나오면 그 잘못은 검찰 또는 법원의 부담으로 본다. 그 현상은 순전히 여론의 잘못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무엇이 닭이고 무엇이 달걀인지 이제는 알 수도 없다. 단 한 가지 내가 바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기소 = 유죄’라는 무게감은 버렸으면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유죄의 확신이 드는 경우에만 기소해야 한다는 무게감 역시 버렸으면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검찰의 최근 5년간의 불기소율을 보면 2017년 56.8%, 2016년 56.5%, 2015년 58.5%, 2014년 56.6%, 2013년 54.3%로 그 비율은 늘 과반을 넘겨왔다(출처 검찰통계시스템, 통계생산기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 매년의 총 접수 사건 수가 250만 건 전후인 점을 고려하면, 매 해 130만 건이 넘는 사건이 불기소된 것이다.

    이를 앞서 살핀 무죄율과 함께 고려하여 보면, 결국 우리나라의 검사는 소추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불기소하기 위한 수사에 더 많은 노력을 쏟는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수사인력의 낭비다. 수사기관의 수사능력을 ‘되는 사건’에 쏟을 수 있다면 국민의 권익이 보다 증진될 것이다. 적어도 이러한 기대라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구속구공판하는 사건 중 무죄가 나오는 사건은 한 해 200건이 될까 말까한다. 형사보상청구의 대상이 되는 국민의 수는 전체 기소되는 피고인의 수에 비하여 아주 적다. 이는 사람이 자원인 시스템 하에서는 허용 가능한 위험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검사에게 법원의 재판에 준할 수준의 처분을 하기를 바라며, 불기소를 위한 수사에도 기소를 위한 수사만큼의 공을 들이게 하는 것은 소추기관의 본질에도 맞지 않는다. 아무리 우리 법제가 사인 소추를 금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범죄피해자라 주장하는 자를 위해서라도 범죄의 유·무죄는 법원의 재판을 통해 가리는 것이 맞다. 한편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기소만으로 유죄로 평가되는 일 역시 지양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범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드는 정도라면 검사가 기소함이 마땅한 여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더는 ‘무리한 기소’라는 말이 공공의 용어로 쓰이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 말은 그냥 변호사가 영업을 위해 쓰는 말이나 피고인이(모든 피고인은 억울하다) 의례 쓰는 말로 전락하였으면 한다. ‘무리한 기소’라는 말 하나로 과거 검찰의 치부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가져오거나, 소추기관이 법원과 동일한 수준의 의무를 부담하여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나는 오히려 무죄 사건이 좀 더 많아져야 하고, 무죄가 나더라도 소추기관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마땅히 그럴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소추기관은 범죄의 의심이 충분히 드는 사건임에도 거증의 부족을 걱정하여 사전에 이를 포기하지 아니할 것이고, 수사인력은 좀 더 ‘되는 사건’에 집중될 수 있을 것이며, 기소만으로 미리 좌절하고 절차에 임하기를 포기하는 피고인 역시 생기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김연기 변호사 (법률사무소 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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