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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헤픈 법정구속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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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고인이 재판 중에 판결을 선고받으면서 법정구속이 빈발하고 있다. 사법연감에 의하면 2017년에 법정구속된 피고인은 1심 선고에서 1만1156명이나 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것이 국민적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키고 정치권의 다툼이 되기도 한다. 영장실질심사제도로 불구속 수사가 확대되면서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상이긴 하지만 확정판결도 아닌 1심이나 2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한다며 피고인을 갑자기 구속하는 것이 당연시될 수는 없는 것이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무죄까지 기대하였던 것 같지만 재판장은 실형을 선고하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하였다. 피고인을 구속하려면 피의자의 경우와 같이 ① 범죄혐의의 상당성이 있고 ② 구속의 사유로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 증거인멸의 염려, 주거부정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고 ③ 비례성의 원칙이 인정되어야 한다. 유죄로 징역 2년을 선고하니 범죄혐의의 상당성이 있고 비례성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지만 문제는 구속사유이다. 아마도 재판부는 김 도지사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였기에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았을 것이다. 도지사의 신분이니 주거부정일 수는 없으며, 유죄증거가 충분하다며 실형을 선고하는 상황에서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2심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있기에 법정구속의 필요성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김 도지사는 현직 도지사일 뿐만 아니라 대선후보 반열에도 오를 정도이고 본인이 무죄의 확신을 가지고 있으므로 누가 보아도 도망할 염려가 없다. 그를 특별대접하려는 것이 아니라 구속사유를 피고인별로 엄격하게 판단한 결과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김 도지사는 구속요건이 충족하지 못하였는데도 법정구속이 되고 말았는데, 일반 피고인들의 경우에는 오죽하겠는가. 재판장을 사법농단의 적폐판사이기에 탄핵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데, 차라리 구속요건이 인정되지 않는 피고인을 구속하였기에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을까.

    다음으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경우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고 이후 2심 재판과정에서 확실한 증거가 추가된 것이 아니라 1심과 달리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판단 차이로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3년 6월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까지 하였다. 이 경우도 대법원에서 판단을 달리할 수도 있고, 한때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던 지위를 생각하면 김 도지사와 같이 도망할 염려는 전혀 없다고 보여진다. 2심 재판부는 만일 대법원이 판결을 무죄취지로 파기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1심과 2심의 판단이 180도 다를 뿐만 아니라 무죄에서 법정구속으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국민들과 직접 당하는 피고인은 어떻게 이해할 수가 있을까. 최근의 소위 사법농단보다 더 심각한 사법불신을 초래한다고 보지는 않는가. 법관은 전지전능하지도 않고 굳이 기대하지도 않으니 마구잡이로 권한을 휘두르지 않는 겸손이라도 제발 보여주길 바란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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