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법조프리즘

    사면의 미래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51881.jpg

    얼마 전 삼일절 특사 관련 라디오 인터뷰를 했다. 현재 재판 진행중인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특별사면 가능성을 묻길래, "형이 확정된 이후 사면 여부를 논의할 때에는 과거의 사면 사례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지법에서 진행되는 피고인 전두환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사건, 일부 극우 인사들의 북한군 개입설 등의 망언을 보면서, 과연 전두환에 대한 사면은 옳은 일이었는가에 대한 깊은 의문이 생겼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존재하고 당시에도 여전히 고통 받고 있었는데, 피해자들의 의견수렴 절차는 거쳤을까? 반성하지 않는 자를 용서하는 것이 국민적 통합에 기여하리라고 예상했을까? 치열한 법리 다툼 끝에 용기 있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린 사법부에 대한 고려는 있었을까? 


    법과대학 2학년 때 번호표를 받아 전두환 재판을 방청한 적이 있다. 그는 재판 내내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시종일관 당당했다. 반성의 태도는 전혀 없었고,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진정한 참회를 했을 때, 용서도 가능한 법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도 거의 모든 범죄의 감경요소로 ‘진지한 반성’이 들어가 있다. 형사사건 변호인으로서 합의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지한 반성과 사과’라는 큰 산을 넘어야, 비로소 형사합의서(처벌불원서, 고소취하서) 작성을 위한 합의금액을 논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두환은 재판과정에서 개전의 정을 전혀 보이지 아니하였고,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을 선고 받았음에도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지 겨우 8개월 만에 신속하게 사면이 이루어졌다.

    일단 사면권을 행사하고 나면, 사후에 사면 대상자가 역사를 왜곡하거나 거짓말을 해서 국민적 분노가 비등하더라도 이미 행하여진 사면을 철회할 수 없다. 특별사면을 실시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는 과거의 미래이다. 미래는 현재의 결과물이다. 1997년 단행된 사면의 미래는 2019년 오늘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요지경이다. 내일의 풍경은 오늘의 광경 속에 이미 녹아들어 있다. 선배가 후배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또 다른 역사의 아이러니다.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