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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칭에 대한 단상

    박영진 과장 (법무연수원 대외연수과)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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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에서 호칭 문화는 독특하다. 동기나 친구 사이 정도를 제외하고는 서로 이름만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회사나 공공기관 같은 조직사회에서는 이름 대신 ‘사장님’, ‘부장님’, ‘장관님’, ‘실장님’, ‘과장님’ 등과 같이 ‘직책+님’의 형식으로 부른다. 심지어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서도 ‘사장님’, ‘사모님’, ‘여사님’, ‘이모님’이 이름 대신 부르는 호칭이다. 검찰에서도 ‘검사장님’, ‘차장님’, ‘1부장님’, ‘김 검사님’, ‘박 계장님’이다. 차이가 있다면 상하관계에 따라 ‘님’을 붙이는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관행은 퇴직한 후에도 마찬가지여서, 특히 퇴직 공무원은 마지막 직책이 항상 따라다닌다. 현직에 있을 때 같은 부서에서 근무를 했던 사람에게 한 번 ‘부장님’은 평생 ‘부장님’이다. 


    반면 외국에서는 조직 내에서도 친하지 않거나 어려운 관계에서는 ‘Mr. 또는 Ms.+성(姓)’과 같이 부르고, 가까운 관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그냥 이름만 부른다. 이는 국제 무대에서도 동일해서, ‘Director Smith’라거나 ‘Prosecutor Zimmer’와 같은 호칭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씨’라고 부르면 어쩐지 상대를 하대하는 느낌이 나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에서 호칭이 복잡하고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나이와 지위, 남녀와 같은 차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직장이나 사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나이와 출신(지역, 학교), 몸담고 있는 조직 내 직급, 혹시 성(姓)과 본(本)이라도 같으면 족보의 항렬(行列)에 이르기까지 호구 조사를 한다. 그렇게 관계를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형님’ 또는 ‘동생’이 정해지고, 같은 사람도 나이와 지위의 차이에 따라 ‘검사님’ 또는 ‘김 검사’, ‘사무관님’ 또는 ‘박 사무관’으로 각기 다른 호칭이 정해진다. 이러한 호칭은 하도 다양해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운데, 어찌되었건 이 호칭은 둘 사이에 서열관계가 투영되어 정해지는 것이다.

    최근 일부 회사에서는 수평적 문화 확산을 위해서 직급에 따른 호칭을 과감히 폐지하고 ‘000님’로 통일하거나, ‘프로’ 등으로 단순화한 사례들도 있다. 하지만 위계질서 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잔존하고 있는 한 호칭을 바꾸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호칭은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관계의 이슈에 대한 논의가 먼저 필요한 시점이다.


    박영진 과장 (법무연수원 대외연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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