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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과 2019년 사이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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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을 정리하다가 법원행정처에서 2003년 3월에 발간한 '새로운 형사재판 운영방식' 책자를 우연히 발견하였다. 2019년에 2003년의 '새로운'이란 단어가 새삼 생소하기도 하고, 이 책자가 아직 책장에 남아 있는 것도 신기하였다. '기본 추진 방향' 항목을 보니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기초한 인신구속제도의 운영, 인권중심주의적 절차진행과 피고인 방어권의 실질적 보장, 법정풍경의 실질적 변화를 통한 공판중심주의 실현, 엄정하고도 적정한 양형의 구현' 등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이 부분에 상당한 노력과 개선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읽다 보니 '수사기록 열람권의 실질적 보장' 항목이 눈에 띄었다. 당시 지적된 문제점은 ‘피고인의 경우 수사기록이 제1회 공판기일에 증거로 제출되기 전까지 열람·등사의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지 않는다’는 것과 ‘수사기록의 복사가 늦어져 제1회 공판기일 이전에 충분하게 수사기록을 검토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제기되고 있는 사항들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건당사자와 변호사만 그런가? '판사도 보기 힘든 기록' 제목의 글(법률신문 2018. 7. 23.자)을 보니 재판을 해야 하는 판사님도 현재와 같은 체계 아래에서는 형사기록을 찬찬히 보기란 쉽지 않으신 것 같다.

    공소제기 전 상황은 더 만만치 않다. 수사기관은 공소제기 전 수사기록에 대하여 내규나 국가안전보장, 공공질서유지, 사생활의 비밀(개인정보보호), 수사의 밀행성 또는 현저한 곤란 등을 이유로 수사기록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열람·등사를 거부하거나 제한해 오고 있어서 피의자나 고소인 등이 뜻하지 않은 불이익을 받을 때가 있다(법률신문 2016. 1. 18.자). 수사기록의 열람·등사 단계에서부터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는 동안 당사자는 수사 전체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기도 하고, 편파적이거나 일방적으로 부당한 처우를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수사의 어려움을 고려해보면 수사기관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당사자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6년 1월경 ‘형사기록 열람·등사 거부행위의 시정을 위한 입법추진 TF’를 구성하였고, 2018년 2월경 이에 대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만들어 제안하였다(인권과 정의 2018년 2월). 최근 법조계에서도 피고인(피의자)과 변호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수사기록의 전자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법률신문 2019. 1. 21.자 및 2019. 3. 21.자). 다행히 2019년부터 형사재판의 전자소송을 단계별로 진행한다고 하니 상당한 개선이 기대된다. 기소 전 수사기록에 대한 전자화도 하루빨리 도입되기를 바란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가장 중요한 기본권과 관련이 있는 형사절차에서 모든 국민은 피의자나 피고인일지라도 수사정보에 대한 투명성과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아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사법 민주주의의 기초가 아닐까.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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