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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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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어느 날이었다. 그날 저녁 난 운동장에 서서 떨어지는 해를 보며,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지나간 과거처럼 앞으로의 삶도 금방 흘러갈 텐데, 난 과연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애쓰며 공부를 하나’란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러나 모범생이던 나는 대학 입학 이후 그 고민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한 고민은 공부에 방해만 될 것이 분명했고, ‘이유는 모르지만’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해 법대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이 시작될 즈음 동기 1명, 선배 2명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강릉에서 출발해 부산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셋째 날이었던가, 그날 밤에도 우리들은 교회에 신세를 졌다. 잠자리를 대충 준비하고 대화를 나누던 중 선배 1명이 “고등학교 때는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입학만 하면 마냥 기쁘고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네”라고 하면서, “나중에 고시에 합격해도 기쁘기보다는 그저 그럴 것 같고 또 그 다음 무엇을 성취하기 위해 살 것 같다. 계속 그렇게 살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시간이 꽤 흘렀다. 지난해 다니던 법률사무소를 그만두고 쉬는 동안 가끔 내 삶의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 고시 공부를 하고 사법연수원에 다니고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미루거나 혹 잊고 있었던 그 질문에 대해 이제는 어느 정도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야 할 때인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한 끝에 삶에 특별한 의미나 이유는 없다는 공허한 결론에 이르렀고, 그래서 질문을 달리 해보았다. '그렇다면 왜 죽지 않는가?' 질문을 던지니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떠올랐다.

    얼마 전 어버이날 아내와 부산에 내려갔다. 세심한 아내 덕분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늦은 점심을 먹고 집에서 담소를 나누다 어머니, 아내와 카페에 갔다. 퇴근한 동생도 카페로 왔다. 우리들은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행복했다. 따스한 봄날 저녁, 내가 사랑하고 나를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그 시간에 감사했다.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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