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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속과 불구속, 이제 제3의 길을 만들자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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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를 추모하였다. 당시 검찰조사를 받고 구속영장 청구가 20여일이나 미뤄지면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을까 괜히 죄스러울 정도이다. 그런데 최근에 정치를 한다던 후배가 또 검찰조사를 받던 중에 목숨을 잃었다. 이런 일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정부에서도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피의자로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죽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무엇보다 구속에 대한 공포감일 것이다. 구속을 위해 몰아치는 수사기관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영장심사를 받은 피의자와 그 친지들은 물론이고 온 국민들이 그 결과에 촉각을 세우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 게다가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쪼개져 심하게 치고받고 영장담당 판사에게 보복하겠다고 달려들기까지 한다. 죽느냐, 사느냐의 원시야만사회와 다를 바가 없다.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을 때 영장발부로 구속되는 경우와 기각으로 불구속이 되는 경우 외에 다른 길을 찾아보자.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구속 피의자는 구속적부심으로, 구속 피고인은 보석으로 석방하는 제도로 나뉘어 있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보증금납입조건부 피의자석방제도도 구속된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한 때에만 허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구속적부심사제도를 보석제도에 흡수하여 피의자와 피고인을 구분하지 않고 보석을 허용하도록 함으로써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영장의 발부와 함께 직권으로 혹은 청구에 의해 보석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단순 구속영장 발부와 '구속영장 발부 후 보석허가', 그리고 구속영장 기각의 3가지로 판단을 달리 할 수가 있게 된다. 구속영장 발부 후 보석허가의 경우는 보석조건을 엄격히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보석을 취소하여 그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 중에 구속하였다가 항소심에서 보석허가가 되었는데, 구속을 통해서 무엇을 얻었는가. 석방된 후에 도망가지도 않았고, 증거인멸도 없지 않는가. 김경수 경남지사의 경우에도 1심 선고시에 법정구속을 하였다가 항소심이 시작되고 곧 보석으로 석방되었는데, 지금 무슨 문제가 있는가. 최근에는 피의자들이 구속되기 전에는 부인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진술은 하였으나 영장이 발부되면 아예 진술거부까지 하여 오히려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영장판사가 새벽까지 기록을 검토하며 구속할까, 말까로 고심하지 말고 판단이 어려운 경우는 피의자에게 필요한 보석조건이 무엇인지를 고심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인간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영장실질심사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1996년에 구속된 피의자가 14만3068명이었고, 2017년에는 2만8400명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세상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검경수사권조정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으므로 이 문제도 적극 검토하였으면 한다. 이것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 사법개혁이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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