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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를 정(正)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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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장관분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의 사무실 이름인 바를 정(正)이 들어간 명함을 드렸더니, “사무실 이름에 어떻게 正자를 쓰셨네요?”라며 빙그레 웃으셨다. 동석한 선배께서 “이 친구가 아직 덜 익어서 그렇습니다”라고 하셔서 함께 웃으며 다음 대화로 넘어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사무실 이름을 가지고 뭐라고 하신 분은 없었고, 오히려 어르신들께서 지나가시다 간판에 적혀있는 正을 보고 사무실을 방문하여 선임이 된 경우도 여럿 있었으며, 중국이나 일본을 가서도 다 잘 알아보는 이름이라 내심 작명을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인데, ‘보수의 장자방’이라고 불렸던 분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셨을까 의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안중근 의사께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뤼순감옥에서 휘호하신 '고막고어자시(孤莫孤於自恃)'라는 유묵(遺墨)이 있다. 뜻은 '스스로만 옳다고 하는 것보다 더 외로운 것은 없다' 정도가 되겠다. 원전은 황석공(黃石公)이 썼다는 1336자 얇은 책인 '소서(素書)'의 한 구절이다. 안중근 의사께서 일본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칠 줄을 알라"는 가르침을 주시고자 휘호하셨다고 필자는 추측한다. 

     

    필자가 사무실 이름을 正으로 지을 때는 바를 정을 지켜나가면 어떤 삿된 것도 우리 사무실을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는 ‘호신(護身)의 의미’와 우리 사무실이 지향해야 할 ‘궁극의 목표’라는 두 가지 뜻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을 타인이 볼 때는 “내가 선이다. 내가 옳다”라는 '자시(自恃)'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正의 깃발을 들면, 나와 다른 이는 不正이 된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지 않고, “정의란 무엇인가”라고 끊임없이 묻고 또 묻고 있다. 개인도, 사회도 마치 파르르 떨고 있는 나침반의 바늘처럼, 正의 자리가 어디인지 끊임없이 흔들리며 고뇌해야 한다. 내가 있는 자리가 正이라고 하는 것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그런 正인데 필자는 떡하니 간판에 써 붙여놓았다. 필자의 어리석음을 깊이 반성하고 일깨워주신 전직 장관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올해 말에 법무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사무실의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 알았으면 그칠 줄을 알아야 한다.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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