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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에서 경찰 통제권을 강화한 법률의 위헌 여부

    김지수 책임연구관 (헌법재판연구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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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어가며

    프랑스는 사후적 위헌법률심판제도와 더불어, 법률이 공포되기 전에 헌법재판소가 사전적으로 그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추상적 규범통제인 사전적 위헌법률심판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 헌법 제61조는 조직법률이 공포되기 전에 대통령·수상·하원의장·상원의장·60인의 하원의원·60인의 상원의원은 헌법재판소에 사전적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4일,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의 집회 및 시위 통제권을 강화하는 법률에 대한 사전적 위헌법률심판에서 심판대상법률 제3조가 집단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판시하였다. 본 결정(De cision n° 2019-780 DC du 4 avril 2019)에서는 심판대상법률 가결절차의 위헌 여부와, 집회 및 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 및 왕래의 자유 등의 침해 여부가 문제되었다. 



    2. 사건개요

    2018년 11월부터 프랑스에서 매주 토요일에 이어지는 이른바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에서 일부 시위대가 방화와 약탈 등 폭력적인 행태를 보이자 관련 법률의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2019년 3월 12일 집회 및 시위에서의 복면 착용을 금지하고 경찰 등 공권력의 집회 및 시위 통제권을 한층 강화한, '반(反)파괴자 법(Loi anti-casseurs)'으로 불리는 '시위시의 공공질서 유지를 강화하고 보장하는 법률(Loi visant ä renforcer et garantir le maintien de l'ordre public lors des manifestations)'이 상원에서 가결되었다. 프랑스 '형법전'과 '형사소송법전' 및 '국내안보법전' 등을 개정하는 이 법률에 따르면 허가되지 않은 장소에서 시위하는 자는 최대 6개월의 징역형 및 7500유로의 벌금형을, 복면을 하고 집회에 참여하여 적발되는 자는 최대 1만5000유로의 벌금형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경찰이 노란 조끼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 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대통령과 일부 하원의원 및 상원의원은 헌법 제61조 제2항에 의하여 헌법재판소에 심판대상법률 제2조, 제3조, 제6조 및 제8조에 대한 사전적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4일 결정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심판대상법률 제3조는 헌법에 위반되고, 문제되는 나머지 조항은 합헌이라고 판시하였다. 



    3. 결정요지

    1789년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이하 '1789년 인권선언') 제6조는 '법률은 일반의사의 표현'이라고 규정하며, 헌법 제3조 제1항은 '국민주권은 인민에게 있고, 인민은 그 대표자를 통하여 국민주권을 행사한다'고 규정한다. 이와 같은 헌법규정은 의회토론의 투명성 및 엄정성을 강력히 요청한다.


    또한 1789년 인권선언 제11조는 '사상 및 견해의 자유로운 통신은 인간의 가장 귀중한 권리 중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모든 시민은 자유롭게 말하고, 저작하고, 출판할 수 있다. 단, 모든 시민은 법률에 규정된 경우에만 이러한 자유의 남용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집단적 표현과 통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입법목적에 필요하고 비례적이어야 한다.


    헌법적 가치가 있는 권리와 원칙의 보호를 위한 공공질서 유지와, 1789년 인권선언 제2조와 제4조에 의한 왕래의 자유, 사생활에 대한 존중, 사상 및 견해의 집단적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의 보장 간의 균형을 이루는 것은 입법자의 몫이다. 


    더불어 입법자는 헌법 제34조과 1789년 인권선언 제8조에서 도출되는 죄형법정주의원칙에 근거하여 형법의 적용 영역을 정하고, 명확하고 구체적인 표현으로 형벌을 규정하여야 한다.


    제청인인 하원의원들은 하원 본회의에서 심판대상법률안을 토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심판대상법률 제2조의 수정안을 기한을 도과하여 제출하였고, 법률안에 대한 입법영향평가서와 국사원의 의견서가 공개되지 않아 법률의 가결절차가 위헌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하원의원들의 수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으며, 의회토론의 투명성과 엄정성의 헌법적 요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법률 제2조는 '형사소송법전'에 사법경찰이 일정한 조건 하에 집회 및 시위 장소에서 검문과 짐 검사를 실시하고, 공공도로상에 주차 및 정차되어 있는 자동차를 수색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다. 제청인들은 이러한 조항이 왕래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 집단적 표현의 자유와 형벌비례성원칙을 침해하고, 이미 관련된 조항들이 존재하는 만큼 별도의 신설조항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심판대상법률 제2조의 검문과 짐 검사 및 자동차 수색은 무기를 대동한 집회나 시위에서 이루어지고, 집회 등의 진행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로부터 시위자들을 보호하는 목적 하에 집행된다. 또한 이 조항은 사법경찰의 권한이 집회 및 시위에서만 행사되고, 일정한 장소와 제한된 시간대 하에서만 이루어지도록 규율하고 있다. 이러한 수색 활동과 검문은 대상자의 움직임을 제약할 수 없으며, 단시간에 실시되어야만 하므로 대상자의 시위 참가를 제한하지도, 시위의 진행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입법자는 이 조항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집단적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입법목적에 불필요하거나 비례적이지 않은 제한을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심판대상법률 제2조는 형벌비례성원칙 및 다른 헌법상 원칙을 위반하지 아니하여 헌법에 합치한다.


    심판대상법률 제3조는 '국내안보법전'에 행정기관이 일정한 조건 하에 '정당한 명령으로' 공공도로에서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특정한 상황 하에서는 최장 1개월 동안 일체의 집회나 시위 참여를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한다.


    제청인들은 집회 등에서 공공질서에 위협을 가하는 자를 사후적으로 처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조항은 집단적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참가 금지 처분을 받은 자가 경찰청장에 의하여 지정된 기관에 의한 소집에 따르도록 하는 조항은 왕래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심판대상법률 제3조는 공공질서에 위해가 되는 자에 대하여 공공도로상의 집회나 시위 참가를 금지하여 공공질서를 유지하려는 입법목적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조항은 동시에 공권력이 집단적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을 용인하게 된다. 이 조항에 따르면 집회나 시위 참가를 금지할 만큼의 공공질서 위협은 집회에서 개인과 재산에 위해를 가하는 정도의 '폭력적인 행위'에 이르러야 하는데, 입법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폭력적인지 규정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공공질서를 위협하는 정도의 모든 행위를 참가 금지 사유로 삼고 있다. 그리하여 입법자는 사상 및 견해의 집단적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입법목적에 불필요하고 비례적이지 않은 제한을 가하였다. 


    따라서 다른 제청이유를 볼 것 없이 심판대상법률 제3조는 집단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심판대상법률 제6조는 '형법전'에 공공도로에서의 시위 도중 또는 시위가 끝난 후에 공공질서를 침해하거나 침해의 위험이 있는 행위를 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고의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전부 또는 일부 가리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하여 1년의 금고 및 1만5000유로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을 삽입하도록 규정한다. 제청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 모호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 조항을 통하여 입법자는 공공질서에 대한 침해 위험이 명백한 상황에서 고의적으로 얼굴 일부분을 가리는 행위를 범죄의 구성요건요소로 규정함으로써 경찰에 의한 신분 확인을 방해하고자 하는 자를 처벌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입법자는 불명확한 개념에 근거하여 범죄를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심판대상법률 제6조는 집단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형벌비례성원칙 등을 위반하지 아니하여 헌법에 합치한다.


    심판대상법률 제8조는 사법적 통제 하에 있는 사람이 지켜야 할 의무를 열거하는 '형사소송법전' 제138조에 예심판사 또는 석방구금판사가 정하는 장소의 공공도로에서 진행되는 시위에 참가하지 않을 의무를 추가한다. 제청인들은 심판대상법률 제8조가 왕래의 자유와 집단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불필요한 일체의 엄격함을 금지하는' 1789년 인권선언 제9조를 위반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조항은 법정형이 구금형 이상인 범죄를 행한 자를 규율하는 과정에서의 판사의 권한과 재량 범위를 준수하였으므로 집단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에 이르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심판대상법률 제8조는 헌법에 합치한다.



    4. 나오며

    이 결정에서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집회 및 시위에서의 집단적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제한이 입법목적에 필요하고 비례적이었는지를 심사하였다. 이로부터 입법자가 공공질서 유지 등으로 대표되는 '헌법적 가치가 있는 원칙'과 기본권 보장 사이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논리를 재확인할 수 있다.


    본 위헌결정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심판대상법률을 개정하여 2019년 4월 11일에 새 법의 시행에 들어갔다.



    김지수 책임연구관 (헌법재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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