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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청년시대

    의학만 공부하여 ‘의사 예비시험’에 합격한 고등학생에게 의사면허를 줄 수는 없다

    김기원 변호사 (한국법조인협회 법제이사)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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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서

    지난 12월 10일 자유한국당 산하 특별기구인 ‘저스티스리그’ 는 20세 이상의 국민이 변호사예비시험에 합격한 경우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도 변호사시험에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저스티스리그의 주장 및 논란이 되는 부분을 항목별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1. 입학전형 -
    저스티스리그는 ‘로스쿨은 수시처럼 입학전형이 불투명하므로, 정시처럼 전형이 투명한 예비시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로스쿨의 정시형 전형은 예비시험이 아니라, 로스쿨 입학시험 점수만을 제로베이스로 평가하는 전형이다. 이러한 정시형 전형의 채택은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근대교육제도는 로스쿨 입시처럼 자유주의적인 수시형 전형을 원칙으로 하고, 제로베이스에 입학시험 점수만 평가하는 통제적 정시형 전형을 예외로 하며, 예비시험의 방식은 체계정합성이 없어 상정하지 않는다. 로스쿨제도는 새로운 제도가 아니며 근대교육제도, 즉 대학제도의 장·단점을 그대로 갖추고 수시형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근대교육제도(로스쿨)의 핵심인 수시형 전형의 자유주의적 철학은, 교육·사업기관이 최소한의 통제하에 자유롭게 학생·직원을 선발하여 자유로이 교육·업무를 수행해야 학문·경제의 자유와 창의에 따른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자유주의적 철학을 근간으로 한다.

    국가는 애플같은 기업이나, 하버드 대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이 어떻게 인재에 대한 인사, 입시, 승진, 교육, 평가, 지시 등을 하는지 획일적으로 통제하지 않는다. 정성적 평가를 자유롭게 허용하므로 그 과정에서 채용비리, 승진비리, 입시비리, 학사비리 등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회가 전반적으로 자유를 통제하지 않는 수시형 인사평가 방식을 취해야만 스마트폰, 경제 이론과 같은 혁신이 창조되는 일관된 토대가 조성된다는 발상이, 근대교육제도와 이에 결부된 인사제도의 자유주의적 근대 철학이다. 반대로 대학입시에 대해 정시형 전형처럼 통제를 강화할수록 이른바 ‘공정’하나 획일적이어서 자유와 창의가 감소하는 방식이 된다. 대학(로스쿨) 입시를 수시형 전형이나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자유주의적으로 운영할 것이냐, 정시형 전형처럼 통제적·획일적으로 운영할 것이냐 이를 혼합할 것이냐는 정책적 판단의 문제이지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옳다고 할 것은 아니다. 반면 예비시험을 혼합하여 운영하자는 주장은 체계정합성이 없이 근대교육·인사제도의 취지를 형해화시키는 것이어서 정책판단의 선택지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등록금 - 저스티스리그는 ‘로스쿨은 등록금이 높으므로, 예비시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학과나 사법연수원을 비롯한 다른 교육방식도 높은 교육비가 필요하다. 의학과를 졸업할때까지 1인 당 소요되는 등록금은 약 3,500만원에서 8,000만원 사이이며, 총 교육비용은 더 높다. 사법시험의 사회적 비용은 합격자와 불합격자들의 수험비용과 기회비용 및 사법연수원 운영비용이다. 사법시험 합격자는 평균 5년의 수험기간과 6,000만원 이상의 수험비용을 사용한다. 불합격자들은 비슷한 수험비용과, 수험기간만큼의 기회비용을 사용한다. 사법연수원은 1년 예산이 약 440억원으로 연수생 1인당 2년간 4,400만원의 조세를 사용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사법시험과 유사한 비용 구조를 가진 예비시험이 로스쿨보다 적은 사회적 비용을 사용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회적으로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통제적 정책을 채택할지, 개인의 부담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정책을 채택할지는 정책적 판단의 문제이다.

    자유주의적으로 의학과나 로스쿨 교육비용의 본인부담 비율을 높게 설정한 것은 전문직 교육 비용은 당사자가 부담하는 것이 일관성 있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판단이 옳지 않다고 여겨진다면, 사법연수원, 사관학교, 한국과학기술원처럼 등록금 대부분을 국가가 부담하는 통제적 비용부담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 ‘자유주의적 교육비용부담 제도가 잘못되었으므로, 예비시험을 병렬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방식은 근대교육제도가 상정하는 문제 해결수단이 아니다. 이는 ‘사립대학교 이·공과대학은 졸업까지 등록금으로 약 3,500만원이 필요한 돈스쿨이고, 한국과학기술원은 무상이므로, 사립대학교 이·공과대학은 잘못된 제도로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하고 한국과학기술원의 규모를 늘리거나 등록금을 내지 않고 알아서 혼자 공부해도 되는 공학사 예비시험을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체계에 맞지 않는 결론이다.

    3. 의사 자녀의 사례 - 한편, ‘법학실력만 뛰어나면 로스쿨 입학 없이도 시험만으로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예비시험 같은 우회로가 필요하다.’는 의문도 있다. 가상의 사례를 보자. 한 의사가 자신의 자녀에게 초등·중등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대신 검정고시를 치르게 하고, 그 기간 동안 의학을 가르치고 실습까지 시킨 결과, 고등학생이 된 이 학생의 의학적 능력이 실제 의사보다도 뛰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학생이 수학능력시험 점수 부족을 이유로 의사가 될 수 없는 것은 부당하므로, ‘의사고시 예비시험’이 의대와 함께 병존되어야 할 것인가? 예비시험이 분야별로 존재한다면, 공교육은 느리고 열등한 것이 되고 최종 전문지식의 수험학원에서 빠르게 높은 점수를 취득하는 것이 엘리트의 방식이 될 것이다. 다소 획일적이나 체계정합성이 있어 허용될 수 있는 정시형 전형과는 달리, 예비시험은 거시적인 근대교육·인사제도의 체계를 망가뜨리는 방식이어서 부당하다.

    4. 예비시험의 절벽과 로스쿨의 완만한 경사 - ‘예비시험은 법학만 알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고 간명하다. 로스쿨은 학사학위, 학점, 외국어 등 여러 요소로 법학과 관계 없는 부당한 진입장벽을 형성한다’는 의문도 있다. 가정을 해보자. 검사가 되기를 원하는 100명의 학생이 있으며 이들은 원서만 넣으면 입학하는 4년제 대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며 내세울만한 스펙이 없는 상황이다. 이들이 검사를 목표로 하여 50명은 변호사 예비시험에 도전하고, 나머지 50명은 로스쿨에 도전하였다고 하자. 10년 후, 1명은 예비시험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고, 4명은 변호사가 되었다. 나머지는 중도포기하거나 장기간 수험생활을 하다 낭인이 되었다. 예비시험에 불합격한 45명에게는 수험기간 동안 학벌, 학점, 외국어, 경력, 경험 등 아무것도 남는게 없다. 합격이라는 영광의 정상 밑에는 절벽뿐이다. 오랫동안 공부하여 1점 차이로 예비시험에 낙방하는 것 보다 차라리 처음부터 합격가능성이 없어 일찍 포기하는 것이 낫다. 예비시험은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이르지 못하는 다수의 불합격자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인 고민이 없다.

    반면 로스쿨에 도전한 50명을 보자. 이들은 로스쿨에 도전하기 위해 더 나은 교육기회를 주는 대학교에 진학하거나 편입하고, 높은 학점, 외국어, 봉사활동, 경험, 경력, 자격증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 결과 1명은 로스쿨에 진학하여 검사가 되었다. 4명은 변호사가 되었다. 나머지 45명이 로스쿨에 진학하려는 노력은 동시에 회사 입사와 대학원 입시를 위한 노력이기도 했다. 조금 더 나아진 학벌, 학점, 외국어 능력, 자격증 등이 이들을 매몰비용 없이 다른 직장과 대학원으로 이끌었다. 소수는 로스쿨 진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재도전을 반복하여 비용을 매몰했을지도 모르나, 이 사람이 가진 경력은 바로 다른 직장이나 대학원 진학에 쓰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는 한국의 학생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실력과 관계 없이 의학과나 명문대를 목표할지 모르나, 어떤 목표든 그것이 자신을 망치는 과도한 야망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스스로를 향상시켜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를 내게하는 요소가 되게 하는 것과 같다. 근대교육제도는 성공이라는 정상 밑에 절벽 대신 완만한 경사를 마련해 놓는다. 목표한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그 밑에는 나름의 성취가 단계적으로 있다. 고시는 불합격자의 처참한 실패를 소수의 합격자의 드라마틱한 성공담과 대비시킨다. 근대교육제도는 우수한 사람부터 그렇지 못한 사람까지 사회 구성원들의 나름의 인생 경로를 구성하여 공리를 최대화한다. 로스쿨 입시에는 불합격자들을 추락시키는 절벽이 없으므로 처참한 실패자가 없고, 평생의 성취와 경력을 입시에 모두 반영하므로 시험 한 방으로 이루어지는 드라마틱한 역전극이 적다.

    5. 독일은 고시제도를 운영한 적이 없다 - 한국에 로스쿨에 도입될 무렵 어떤 언론은 ‘대륙법계의 모태인 독일은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가 다시 사법시험으로 돌아갔다. 대륙법계와 로스쿨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당시 언론은 독일 변호사양성제도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독일 법대는 1980년대에 실험을 했는데, 지금처럼 학교(1단계)에서 이론을 먼저 충분히 교육하고 현장(2단계)에서 실무수습을 하는 ‘2단계 양성제도’ 대신, 학교(1단계)에서 이론과 실무수습을 병행하는 ‘1단계 양성제도’를 실시했다. 1단계 양성제도는 교육비용이 증가하며, 이론 교육이 불충분한 상태로 실무수습을 하는 것이 효용이 낮다는 등의 문제로 인해 중단되고 다시 2단계 양성제도로 복귀했다. 해당 기사는 2단계 양성제도를 사법시험, 1단계 양성제도를 로스쿨로 비유했으나, 이는 적확한 분석이 아니다. 독일은 과거부터 학생이 법학과에 입학하여 교육과정을 거쳐야만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근대교육제도(로스쿨) 방식으로 변호사를 양성했으며, 2단계 양성제도는 유럽식 로스쿨, 1단계 양성제도는 미국식 로스쿨로 비교할 수 있다.

    독일 변호사시험에는 소년등과나 다수의 재도전자가 없다. 독일 변호사시험은 18점 만점에 최상위권이 12점, 4점 이상이면 합격하는 절대평가로 합격률은 70~80%가량이나, 유급이 많아 입학자 대비 절반 정도가 변호사가 된다. 독일은 경영학과, 철학과 등도 입학자 대비 졸업하는 학생이 30% 정도에 불과하다. 대학교육이 무상이고 입학이 쉬워 자신의 학업능력과 성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입학한 후 조기에 유급되는 학생이 많은 구조이다. 일본제국은 메이지유신 때 법대를 졸업하면 대부분 변호사가 되는 대륙법계 변호사 양성제도를 모방할 경우 다수의 변호사들이 법률 전문성과 지적 권위를 바탕으로 세력을 형성하고 국가권력을 견제하여 법치주의를 완성한다는 본래의 사명대로 국가에 대항할 것을 우려했다. 이에 판·검사만을 고시의 형태로 선발하고 판·검사 은퇴자에게만 변호사 자격을 주는 선발시험제도를 고안해내 법치주의를 형해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고시제도의 시초이다. 대륙법계는 고시, 영미법계는 로스쿨이었던 것이 아니다.

    6. 근대교육제도의 철학 - 대학 입시는 누구나 명문대를 목표로 하더라도, 실제 성과에 맞추어 지원함으로서 대량의 낙오자 없이 다양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다. 마찬가지로 대학원 입시, 회사 입사 구조는 목표와 관계 없이 실제 스펙에 맞추어 다양한 회사와 대학원에 응시하고 그 중 합격한 곳을 택함으로서 다양한 진로를 대량의 낙오자 없이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렇듯 근대교육·인사제도는 개인이 임의로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는 이유로 대량의 낙오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합리적인 평가 경로를 구성하였다. 반면 고시제도는 필연적으로 소수의 합격자와 다수의 불합격자가 발생하여 재도전자, 비용을 매몰한 낙오자, 낭인, 소년등과자가 발생하도록 되어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성원의 인생경로가 어떻게 될 것인지 배려하지 않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손절해야하는 낙오자, 손절을 못한 끝에 낭인이 되는 자’가 생기도록 두는 것을 국가가 합리적으로 설계한 제도라고 보기 어렵고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 체계도 부재한다.

    서구 선진국은 ‘불공정, 불투명한’ 자유주의적 근대교육제도를 운영했다. 그 결과 급속도로 기술과 제도를 개선하여 발전했다. 반대로 청나라와 조선은 과거제도를 운영했다. 그 결과 국가 인재의 능력을 모두 시험에 소모하여 사회의 발전이 장기간 정체되었으며 끝내 패망했다. 스마트폰, 인공지능, 경제이론, 법학이론, 양자역학, 반도체공학에서 요구되는 능력이 ‘통제적이고 획일적’이지 않듯, 이러한 일들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방식이 ‘통제적이고 획일적’일 수도 없다.

    7. 현실이 당위를 압도 -
    예비시험 형태의 우회로를 인정하는 체계는 최후의 전공시험에 나오는 것들을 더 빠르게 익히는 것을 최고로 보는 시험 만능 국가의 형태가 된다. 과정은 소거되고 결과만이 중요시 된다. 의대, 사관학교, 로스쿨과 같은 근대교육제도는 비용이 들고 성취시점이 느린 2류 패자부활전이 되고, 빠르고 저렴한 예비시험을 통해 20대 초반에 즉시 의사, 변호사, 장교가 되어 소년 등과하는 것이 우수 인재들의 목표가 될 것이다. 고등학교때 현재에 충실하여 수학능력시험을 공부하는 대신, 미래에 배워야 할 의학을 미리 공부하여 예비시험에 합격하여 21세에 수련의가 될 수 있는 우회로가 있다면, 수학능력시험을 공부하여 등록금을 내고 27세에 수련의가 되는 사람은 돈과 시간으로 면허를 산 2류 의사로 치부될 것이다. ‘쓸데 없는 과정을 무시하고 최후의 전공시험에서 요구하는 지식만을 골라 습득함으로서 빠르고 저렴하게 지위를 성취하는 현실’이라는 악화가 ‘교육에 의한 양성이 시험으로 평가할 수 없는 사회발전에 필요한 여러 지식과 경험을 복합적으로 보유한 인재를 천천히 만드는 합리성의 당위’라는 양화를 압도할 것이다.

    8. 예비시험의 시대착오성 - 인재가 기업이나 대학원에서 실무와 연구를 통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개인의 입장에서는 불명확하고 느리게 성취를 공시할 수 있으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진짜 혁신이다. 하지만 예비시험 제도는 ‘높은 점수’와 ‘합격시점’으로 자신의 능력을 빠르고 선명하게 공시하는 확실한 성공의 방식이 되지만,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불명확하다. 이러한 당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대학원이나 회사로 나아간 사람은, 예비시험 합격자들이 젊은 나이에 선명하게 능력을 인정받는 것을 보면서 불확실하고 느린 진로에 뛰어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것이다. 예비시험은 나름의 의의에도 불구하고 공리주의적·교육학적 당위론의 관점에서는 이를 합리화할만한 근거가 없어 공허하며 21세기의 사회상과는 어울리지 않아 시대착오적이다.

    근대국가들의 성취는 젊은 인재들의 지적 재능을 제도와 기술의 개선과 발전에 집중시킨 근대교육제도와 이에 결부된 인사제도에서 나왔다. 서구의 학생들은 스티브 잡스와 케인즈와 한스 켈젠이 ‘무엇’을 개선하여 사회에 기여했는지 말한다. 한국의 학생들은 ‘누가 얼마나 빨리 어떤 시험에서 몇 등을 했는지’를 말한다. 인재들이 젊은 시절 자신의 지적 능력을 시험 점수와 석차로 공시한 후 거기에서 얻어지는 사회적 지위에 만족하며 여생을 보내도록 유인하는 국가제도를 구성할 이유는 없다. 국가는 거시적 관점에서 인재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개인의 욕구와 교육학적 유인 구조의 방향성이 일치하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예비시험은 일부 사회 구성원이 우회로를 원하는 욕구가 있다는 현실이 거시적 국가교육정책의 올바름이라는 당위를 압도하는 퇴행적 정책이다.


    Ⅱ. 결

    근대교육제도는 서구국가를 발전시켰습니다. 청과 조선은 스스로 과거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일본과 그 식민지였던 국가들은 고시제도를 도입했으나 이를 축소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근대교육제도의 패러다임에 도전하여 예비시험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이에 대해 학술적으로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이는 교육학의 역사에 남을 정도의 혁명적인 성과입니다. 개발도상국이 고시 제도를 통해 이해·분석능력, 성실성, 체계적 사고능력 등을 지닌 사람들의 탁월성을 활용하고, 필요한 기술과 제도의 개선은 선진국에서 모방해오는 방식은 국가 발전에 유효하게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예비시험은 더 빠르고 높은 점수로 시험을 합격하는 것 이외의 성취를 열등한 것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교육제도의 재량을 제거하여 완제품인 전자계산기처럼 개선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근대교육제도인 로스쿨 역시 상당 부분 구시대의 것이나 자유주의적이어서 각 부품을 교체하면 새로운 기계가 되는 조립식 컴퓨터처럼 개선의 재량이 넓습니다.

    지금은 19·20세기식의 고시제도도 로스쿨도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형태로 21세기에 논의·채택되어 22세기까지도 쓰일만한 근대교육제도의 구조적 혁신을 제안해야 할 시점입니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여러 제도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는 등의 이유로 구시대적 예비시험을 도입하는 것은 퇴행적이고 체계부정합한 것입니다. 예비시험과 같은 형태의 제도가 현재의 시점에서는 존재 자체로 인재들의 창의성을 말살하고, 근대교육제도의 체계를 허무며, 다수의 불합격자를 희생시킴으로서 사회에 발생시키는 해악은 나름의 순기능으로 상쇄 불가능할 정도로 엄중함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예비시험 도입론의 긍정적 취지를 근대교육제도의 체계에 맞게 적용하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할 때입니다.


    김기원 변호사 (한국법조인협회 법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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