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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류분 제도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고찰

    박신호 변호사 (법무법인 해냄)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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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유류분 제도를 규정한 민법 제1112조 및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증여재산을 가산하는 민법 제1114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였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제청사유를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아무런 기여가 없고 부양도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불효나 불화 등으로 관계가 나빴던 자녀나 부모, 형제자매에게까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3분의 1에 해당하는 불로소득이 무조건 상속되도록 피상속자를 강제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던 과거에는 양성평등 차원에서 유류분의 합리성을 일부 인정할 수도 있었으나, 지금은 전근대적 가족제도가 해체됐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자녀 수도 현저히 줄어 지금과 같은 유류분 제도로 자녀들 사이의 양성평등이 보호되는 측면은 아주 미미하다. 유류분 제도는 결국 국민의 재산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이어서 공익적 목적을 위한 기부에도 큰 장해가 돼 공공복리를 저해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과거에도 민법 제1114조에 대해서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이 제기된 적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개인의 헌법소원이 아닌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이기에 더 이슈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류분의 위헌성의 논거는 이번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사유에 잘 설시가 되었으니, 필자는 반대로 유류분이 왜 합헌인지 그 논거를 논해 보고자 한다. 

     

    첫째,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문제는 재산법적인 문제 외에도 가족법적인 문제가 얽혀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원래 재산법과 달리 가족법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일단 자녀를 입양하게 되면 커서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법정 파양사유가 없으면 파양을 할 수가 없고, 더 나아가 친생자의 경우에는 아무리 자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부모의 연을 끊을 수가 없는 것이 만국 공통의 가족법이다.

     

    이처럼 상속은 가족법과 재산법의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기에 민법은 피상속인이 증여나 유증으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할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상속인들의 생존권과 기대권을 보호하기 위해 그 중에 일정부분은 유류분으로 지정하여 보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민법에는 상속결격이라는 제도가 있으므로, 피상속인에게 패륜을 저지른 상속인은 상속권뿐만 아니라 유류분권 또한 박탈당하게 된다. 따라서 위헌론에서 주장하는 '불효나 불화 등으로 관계가 나빴던 자녀나 부모, 형제자매에게까지 불로소득이 상속되는 것의 불합리성'이란 상속결격 제도로 보완이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상속권이나 유류분권은 효도의 대가로 받는 반대급부가 아니라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가족관계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천부적인 권리이다. 효도를 더 한 자식이 있다면 유류분을 일부 공동상속인에게 나눠준다고 하더라도 증여나 유증을 받아서 훨씬 많은 상속분을 받거나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 굳이 가족관계에서까지 '모 아니면 도' 식으로 100% 몰아주기식 상속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고 본다. 

     

    셋째, 위헌론에서 주장하는 '불로소득'의 문제는 유류분에만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상속제도 자체와 관계되는 것이기에 유류분의 위헌사유가 될 수 없다. 상속제도는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을 유지하는 제도이며, 상속제도를 부정하는 것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사회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만약 위헌론이 주장하는 바가 상속제도 자체를 부정하려는 취지가 아니라면 유류분의 위헌사유로 '불로소득'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유류분을 부정하게 되면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수증자가 재산을 독점하게 되는데, 이 또한 불로소득임은 매한가지 아닌가.

     

    넷째, 유류분은 공동상속인 간의 평등을 실질적으로 도모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민법의 법정상속분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성별, 출생 순서, 적서를 불문하고 모두가 평등하게 바뀌었으나, 아직도 상속에서 남녀차별, 장자우대를 하는 가정이 많이 남아 있다. 이와 같은 경우 여자라서, 차남이라서, 부모 마음에 들지 않아서 등 부당하게 상속에서 소외된 상속인들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인 유류분을 보장할 실질적 필요성이 매우 크다. 위헌론에서는 유류분 제도로 양성평등이 보호되는 측면이 미미하다고 주장하나 이는 매우 의문이다. 말로만 남녀평등이라 말하고 상속에서 딸을 소외시킨다면 이것이 무슨 남녀평등일 것인가? 오히려 현존하는 제도 중에 양성평등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제도 중의 하나가 유류분 제도이다. 

     

    다섯째, 평균 자녀 수가 줄어드는 것은 오히려 유류분의 단점을 줄여주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자녀 수가 4인인 가정에서는 그 중의 한 자녀에게 100% 증여를 해도 나머지 세 자녀로부터 유류분 청구가 들어오면 단독증여를 받은 상속인은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37.5%를 유류분으로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자녀 수가 2인인 가정에서는 그 중의 한 자녀에게 100% 증여를 할 때 나머지 다른 형제자매의 유류분 청구가 들어와도 돌려줘야 하는 유류분은 25%에 불과하게 된다. 따라서, 위헌론이 말하는 위헌사유 중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란 자녀 수가 줄어들수록 같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류분을 인정은 하되 현재보다 비율을 더 낮게 규정하자는 견해 또한 평균 자녀 수가 줄어드는 현실을 고려할 때 타당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여섯째, 유류분 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노년층의 이혼률을 높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가끔 필자에게, 현재 모든 재산이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데 남편이 전재산을 자신을 제외하고 특정 자녀에게만 증여하려고 하는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는 문의가 온다. 이 경우 "현 시점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증여가 이뤄진다면 나중에 남편 사망 후에 유류분 청구를 할 수는 있다. 또한 지금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는 있다"라고 답하게 되는데, 만약 유류분 제도가 폐지된다면 위와 같은 상황에 놓인 배우자의 선택은 이혼으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일곱째, 아주 현실적인 문제로 유류분 제도가 없어지면 많은 가정에서 부모 생전에 부모의 재산을 증여 또는 유증받기 위한 분쟁이 상속인 간에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류분에 대해 반감을 갖는 사람들 중에는 유류분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가족간에 송사가 벌어지니 이를 폐지하는 것이 차라리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가족 간에 송사가 늘어난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의 향상된 권리의식과 평등사상의 확산 등에서 비롯된 것이지 유류분이라는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다. 

     

    상속분쟁 중에는 피상속인이 늙고 병들어서 판단력이 흐려질 때 특정인이 피상속인을 기망하거나 서류를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산을 증여 또는 유증받아서 발생하는 분쟁도 많은데, 이와 같은 경우 다른 상속인이 서류위조 또는 사기나 기망에 의한 증여임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증부족으로 증여 자체를 무효화하기 어려운 상속인들은 유류분으로 최소한의 보호라도 받게 되는 것인데, 만약 유류분 제도가 없어진다면 일단 증여나 유증이 이루어지면 사실상 되찾기가 매우 힘들므로 이를 막기 위해 성년후견인 지정을 위한 소송이 늘어날 것임은 당연지사이고, 이런 소송은 피상속인이 생존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므로 가족간의 평화를 더욱 해치는 결과가 된다. 

     

    여덟째, 제청사유 중에 유류분이 공익적 목적을 위한 기부에 장해가 되어 공공복리를 방해한다는 내용이 있으나, 공익적 목적을 위한 기부를 하더라도 상속인들에게 유류분 정도는 남겨주고 기부를 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제도의 기본이 되는 가족제도의 유지를 위해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공공복리도 가족제도가 먼저 유지되어야 건강하게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홉째, 유류분이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권리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은 모두 유류분을 인정하고 있고, 미국, 영국 같은 영미법계 국가의 경우에도 유류분과 유사한 제도를 새로이 도입하는 추세에 있다. 이것은 구성원들이 함께 잘 살기 위해 개인의 과도한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 시대흐름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므로 실제 사례 중에는 원고에게 유류분이라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을지가 의심되는 불효막심한 사안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평생을 부모에게 얹혀서 살면서 이익을 누려놓고 나이든 부모의 판단력 저하를 이용하여 재산마저 독차지 하는 경우도 있는 등 상속분쟁의 사례는 실로 다양하므로 일부 사례만을 가지고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상속에서 소외된 상속 약자에게 최후의 보루가 되고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며, 피상속인 생전의 상속인들간 분쟁발생 가능성을 줄여주는 등 많은 순기능이 있는 유류분 제도를 폐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신호 변호사 (법무법인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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