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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법률이론의 부작용

    박광서 고법판사 (수원고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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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주변에는 오래전부터 법원 직원들 사이에 'VIP 민원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법원에 계속 반복적으로 이런 저런 신청서를 내거나 민원을 제기해 법원 직원들을 긴장하게 한다. 한 번은 그들 중 유명했던 어떤 분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관해 엿들은 적이 있다. 그도 처음에는 평범한 민사소송의 당사자였는데 '가등기담보'와 관련된 소송에서 패소하여 큰 재산을 잃었고, 그 이후로 법원과 재판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가등기담보와 관련된 어려운 법리들이 떠올라, 그가 받아든 판결문만으로는 패소한 이유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겠다 싶었다. 

     

    한 번은 명의신탁 법리에 관해서 토론할 일이 있었다. 양자간 명의신탁인지, 계약 명의신탁인지, 제3자간 명의신탁인지,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자동차인지 동산인지, 민사문제인지 형사문제인지, 횡령죄인지 배임죄인지에 따라 제각각 그 법리 구성과 효력이 달라지는 현란한 법리의 전개를 공부하면서 '왜 이렇게 복잡하냐'는 한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렇게 법리가 어려운 것에도 나름대로의 취지와 뜻이 있을 것이다. 복잡한 세상사를 정교한 법리의 칼로 정확히 재려면 법리가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나도 이런 복잡한 법리를 공부하면서 그 정교함에 탄복하기도 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정리하면서 약간은 우쭐해지기도 했다. 사실 재판실무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어려운 법리가 있으니까 법률가들이 먹고사는 거라고까지 말해 준 적도 있다.

     

    그러나 법률이론이 어려우면 그 이론의 적용을 통해 재판을 받는 당사자들을 설득시키기가 어려워지고, 결국 패소한 당사자들은 재판에서 자신이 왜 졌는지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이해가 안 되면 결국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어려운 법률이론은 법률과 재판에 대한 신뢰를 상실시키고 그에 대한 적대감마저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한 부작용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교한 법의 그물을 짜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고, 법의 수범자는 결국 국민이라는 점 역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광서 고법판사 (수원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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