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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코로나 시대의 행동수칙

    한애라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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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초 로스쿨 국제교류행사로 뉴욕 출장을 다녀왔다. 도시는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뮤지컬 극장마다 관객이 줄을 섰고,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겨울인데도 센트럴파크에선 거리의 음악가들이 재즈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석 달,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강 건너 불구경이던 낯선 바이러스는 온 세상을 순차로 덮쳤다. 전 세계 확진자는 200만 명을 찍었다. 뉴욕에선 만 명이 넘게 사망했고, 사람 없는 거리는 적막하다. 해외여행도 운동경기도 공연도 박물관도 전부 일시정지 상태이고, 매일 아침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체크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악전고투 끝에 코로나19의 불길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싱가포르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가까스로 전파를 억제했더라도 순간의 방심으로 다시 확진자가 폭증할 수 있다. 이 전염병의 무서운 특징은 무증상자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 중 누가 감염되었고 누가 아닌지 외관상 구별할 방법 같은 것은 없다. 광범위한 조사를 하더라도 확률상 반드시 일정 수는 방역망을 벗어난다. 안에서만 조심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수출이 GDP의 40%를 넘는 나라에서 바깥 세계로 향한 문을 영구히 닫아걸 수는 없다. 더구나 코로나19는 최근 등장한 여러 바이러스 중에서도 재생산지수(R0, 감염자 한 명이 감염시키는 다른 사람의 수)가 2.5~4 이상으로 상당히 높다. 백신과 치료제는 당분간 난망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려울수록 원칙에 따라야 한다. 믿을 것은 과학이고, 경계할 것은 안일함과 냉소주의다. 코로나19는 아직 미지의 전염병이다. 방역당국으로서는 일단 현재의 지식에 기하여 방역지침을 세우고, 새로운 발견과 상황변화가 있을 때마다 수정할 수밖에 없다. 가설을 설정해서 시도해 보고 틀리면 수정하는 것이 과학이다. 자꾸 말이 바뀌는 게 무슨 전문가냐, 전에는 틀렸다는 거냐, 이제 와서 지침을 수정하다니 수상하다고 하면서 과학적 대안 없는 지적질만 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방역당국의 지침대로, 계속 손을 씻고, 휴대폰을 닦고, 마스크를 쓰고, 대면접촉을 줄이고, 2m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 각자가 한 번 조심할 때마다 R0는 조금씩 낮아진다. R0가 충분히 낮아지면 산발적인 감염이 더 퍼지지 않고 잦아들 수 있다.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방역당국이 이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정부 또한 과학을 믿어야 한다. 아직은 아니라거나 이제는 끝났다는 판단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섣부른 낙관주의가 초래한 확진자의 폭증은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정치가 과학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조심하고 싶어도 조심할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수록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 더 조심해서 R0값을 낮추자.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그렇게 당분간 더 사회적 거리를 두되 마음은 모으자.

     

     

    한애라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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