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1일 아베 정부의 내각은 검찰의 제2인자 구로가와 히로무 전 동경고검 검사장의 정년을 반년 연장한다고 결정했다. 업무수행상 필요하다는 설명과 더불어 국가공무원법상의 정년 연장 규정을 법적 근거로 제시하였다. 이로써 구로가와 전 검사장이 검사총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유는 이러하다.
일본의 검찰청법상 검찰관의 정년은 만 63세이고 검사총장의 정년은 만 65세까지인데 검사총장의 경우 정년에 이르기 전일지라도 취임 후 2년 정도에 은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검사총장 이나다 노부오씨는 올해 7월에 은퇴가 예정되어 있고 구로가와씨는 지난 2월에 정년을 맞이하는데 이를 반년 연장하여 8월 7일까지로 정년을 연장하면 검사총장으로 임명되어 만 65세까지 직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베 정부의 국가공무원법을 근거로 한 정년 연장은 법적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반대에 부딪히게 되었다. 왜냐하면 국가공무원법상의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1981년 국회 인사원의 답변 내용으로 '검찰관에게는 국가공무원법의 정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바 있어 실제로 지금까지 국가공무원법을 근거로 하여 정년이 연장된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법무성 관방장 및 사무차관을 7년 이상 역임한 경력에 비추어볼 때 총리 관저의 측근이라고 평가되는 구로가와씨를 위한 특별조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무성하다.
일본내 언론에서도 구로가와씨에 대한 정년연장을 비중 있게 다뤘고 검찰이라는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조직에 대해 정권의 필요에 따른 인사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아베 정권이 만든 검찰청법 개정안은 각계각층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검찰관 정년을 만 65세로 하되 만 63세가 되면 차장검사, 검사장, 검사정의 보직을 맡지 못하는 직무정년(검사총장은 만 65세)을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차장검사·검사장은 내각이, 검사정은 법무대신이 인정하는 최대 3년간 직무정년은 연장할 수 있다는 특례규정이 덧붙여졌다.
검찰은 정치권력을 향해 칼을 겨누어야 하는 조직으로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이유로 이 특례규정이 문제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유명인사들의 트위터, 전 검찰고위직 간부, 일본변호사연합회 등 각계각층에서 반대성명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여론조사에서도 아베정권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거기에 더해 구로가와씨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긴급사태선언 중 담당기자들을 모아서 내기 마작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구로가와씨는 사임을 표명하고 아베 정부와 여당은 이번 국회에서의 검찰청법 개정안 성립을 단념한다고 공표했다.
검찰청법 개정이 반대에 부딪힌 것은 특정인(구로가와 전 고검장)의 정년연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로 법 개정을 시도하는 행태라는 의미에서의 비판이 있는 한편, 위 특례조항으로 인해 검찰에 대한 정부의 인사개입이 이루어져 삼권분립의 근간이 흔들리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는 보다 강한 위기의식이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민들의 검찰에 대한 인식과 신뢰는 어떠한지 살펴보자. 일본의 주요 신문사 중 하나인 일본경제신문에서 행한 '일본의 조직·단체를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여론조사에서 검찰은 자위대(60%), 재판소(47%), 경찰(43%)에 이어 4위(39%)로 신뢰할 수 있는 조직으로 꼽혔다. 신뢰할 수 없는 조직으로는 국회의원(56%), 언론(42%), 국가공무원(31%), 경찰(19%) 순이었고 검찰을 신뢰할 수 없는 조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적었다. 일본의 어느 비영리법인에서 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자위대·경찰·검찰·재판소에 대한 신뢰도가 60%를 상회하는 반면, 정부·국회·정당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50%를 상회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로 봤을 때 일본에서 검찰조직은 상당히 신뢰받는 조직이고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검찰 내부에서도 중립성과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보인다. 구로가와 전 고검장에 대한 정년연장 결정 이후 지난 2월 19일 검사총장과 전국지방검찰청의 수장인 검사정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회의 의제와는 무관하게 한 검사장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금이 갈 수 있기에 국민에 대한 검찰청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전 검찰고위직 간부 14인이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정부 여당은 지난 6월 17일 국회의 회기가 종료됨에 따라 폐회하고 검찰청법 개정안은 계속심의에서 배제하여 폐안하는 것으로 했다. 그리고 다음 국회 이후에 직무정년은 연장할 수 있다는 특례규정을 제외한 수정안을 다시 제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검찰청법 개정안이 이례적으로 각계각층의 반대에 부딪히며 이슈가 된 이유는, 가장 신뢰를 받지 못하는 조직 중에 하나인 정부와 정당이 일본에서 가장 신뢰를 받는 조직 중에 하나인 검찰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정규 해외통신원 (일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