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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집회의 자유와 제한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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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마스크 쓰기와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명을 지키는 가장 간편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임이 분명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대척점에 있는 사회적 모이기, 즉 집회는 공동체의 삶을 누리는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운 욕구인데, 하루아침에 집단적 모임 자체가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 폭력, 손괴 등 위험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회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되어 왔고, 집회에 따른 불편함을 수용할 만큼 민주시민의 자긍심은 커져왔다. 집회 자체를 불온시하는 사고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독재시대의 징표라고 믿었다.

     

    그러나 전인류가 생존의 불안을 경험하게 된 2020년, 집회의 자유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종래 집회의 자유는 폭력이나 손괴와 같은 직접적, 가시적, 제한적 위험과의 비교형량을 통하여 제한되었다면, 이제는 강력한 전염이 가져올 간접적, 잠재적, 확산적 위험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집회에서 나타날 코로나의 전염방식이나 확산성, 위험도에 관하여 의학적으로도 아직 불분명한 요소가 많아 한 걸음 더 나아간 규범적 논의는 백가쟁명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금도 출퇴근 지하철이나 대형병원 대기실과 같은 실내의 밀집 장소에 머물다 보면 마스크 쓰기에 비하여 거리두기가 과연 그렇게 결정적일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사방팔방 펜스를 치고 통행을 통제하는 극단적 조치가 불가피한 것일까 의문이 제기된다. 한편으로는 실외집회에서 거리두기는커녕 계속적인 마스크 쓰기가 지켜질지, 큰 소리 칠 때의 비말은 어디로 날아갈지, 인적사항도 확인할 수 없는 참석자들은 어떻게 추적할 수 있을지 심각한 걱정이 앞서게 된다.

     

    그 사이 집회 금지와 관련된 새로운 소송들이 법원에 쏟아져 들어왔고, 판사의 결정이 정치적 공방의 중심에 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의학적으로도 정리되지 않은 코로나 시대에 집회의 주체와 인원, 장소가 제각각이고, 확진자 현황이 매일매일 변하고, 집회의 구체적 행태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차규범방정식을 단시간에 풀도록 강요받는 판사들은 오죽 고민스러울까. 

     

    어쨌든 종례처럼 개별 판결이 모이고 유형화되어 판례가 축적되고 연구가 진행되는 느린 방식만으로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 의사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수시로 임상결과를 공유하고 질병에 대한 신속한 대응방법을 찾아나가듯, 판사들도 바로바로 유사사례를 공유하고 개개의 판단이 현장에서 어떻게 집행 또는 왜곡되는지 파악하여 재판에 반영하는 통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적 현실을 두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재판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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