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상반기 동안 독일에 안식년을 갔었다. 그 때 독일 교수들, 정확히는 연구환경을 보고, '대학교수란 이런 것이었군!' 하고 느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연구환경은 건물로 치면 기둥도 벽도 없이 지붕만 만든 정도라고나 할까. 대학만 그런 것은 아니고, 아직은 우리나라 곳곳이 미완성 건물 같은 느낌을 준다. 통치구조도 그 하나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무엇일까요?" 법관 장기해외연수로 미국에 있던 2000년 초 헌법과목 첫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교수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바로 통치구조입니다"라고 자답하였다.
미국연방헌법의 기초자들이 쓴 페더럴리스트 페이퍼(The Federalist Papers)를 보면 그들은 몽테스키외를 존경하였지만, 몽테스키외가 이상적이라고 여겼던 영국정치체제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었다. 미국이 식민지였기 때문에 더 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정부의 권력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삼권분립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권력분립을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하여 고심하였다.
이러한 목적으로 그들이 고안한 방법의 예로는 국회의원의 임기와 국회 구성의 변화방법이 있다. 즉, 미국연방헌법은 대통령 임기의 절반인 매 2년마다 국회의원선거를 실시하되, 그때마다 하원은 의원 전원을, 상원은 정원의 3분의 1씩 교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하원의원의 임기는 2년,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이다. 대통령과 법관의 봉급은 삭감하지 못한다는 조항도 헌법에 넣었다.
특히 그들은 사법부는 입법부와 행정부에 비하여 현저하게 약하기 때문에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유명한 '법관에게는 칼도 지갑도 없다'라는 표현이 페더럴리스트 페이퍼에 나온다. 그들은 종신제가 법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역시 헌법에 넣었다. 이 종신제는 흔히 오해하듯이 죽을 때까지 재판하라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법관은 은퇴할 수 있고, 은퇴하여도 법관의 지위, 봉급 나아가 사무실까지 유지해 준다는 것이다. 결국 법관에게 앞날 걱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언젠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한 지한파 미국 법대교수에게 우리나라에서도 40대에 대법관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더니, 그가 "한국의 대법관은 임기가 짧은 것으로 아는데, 임기가 끝나면 뭘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진정한 지한파였다.
박재완 교수 (한양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