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법조프리즘

    효심의 효

    장제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65382.jpg

    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 중 '효심' 이라는 인물이 문득 기억났다. 고려시대 무신정권기에 중앙 관리의 부패와 지방 수령들의 폭정에 반기를 들며 농민 봉기를 주도한 인물인데, 이 사람의 행위도 행위지만 이름 자체가 인상 깊다. 그의 이름을 한자로 풀이하면 '孝心, 부모를 공경하고 섬기는 마음'이지만, 이름만으로 그가 실제 효자였다거나 그의 행동이 항상 부모를 위하는 효행이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고, 자신의 자식이 효자로 자라길 바라는 부모의 소박한 소망이 이름에 담겼던 것이리라 추측해본다.

     

    일을 하다보면 우리나라 법률은 대부분 가치중립적으로 표현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헌법, 민법, 상법은 물론이고, 범죄와 처벌을 다루는 법률도 형법이라하지 '나쁜 사람 처벌법'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가치중립적이지 않은 듯한 이름을 가진 흔치 않은 법률로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도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행동이 공정한 행위임을 정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창의적인 기업활동의 조장과 소비자보호 그리고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니, 공정거래법이라는 이름은 이와 같은 법률의 취지를 가치중립적이지 않은 단어로 잘 포장한 적절한 이름인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법률명이 지어지다보니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컨대 공정거래법에 부합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고, 이에 반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오해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오해가 수범자들의 오해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더 나아가 공정거래법이 스스로, 혹은 공정거래법을 다루는 집행자가 "공정거래법은 곧 공정한 법률이고, 공정을 정의하고 판단하는 법률이다"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면 여기서 발생될 문제는 수범자들의 오해와는 다른 국면으로 진행될 것이다. 마치 효심이라는 인물이 내가 하는 행동은 곧 효(孝) 그 자체라고 주장하기 시작하는 것과 같은 양상이 되는 것이다. 

     

    가치를 정의하고 재단하는 것은 철학이나 윤리의 영역이지 법의 영역은 아닐 것이다.

     

     

    장제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