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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민법 개정, 재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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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는 한국의 민법과 민사소송법이 시행된 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여 지난 6~7일 대법원과 민사법학회·민사소송법학회의 공동주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해방 후 황량하고 엄혹한 시절에는 법률가의 숫자도 희소하고 법학자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때 행해진 한국의 입법작업에서는 일본의 법전내용을 수정하는 작업 정도밖에 할 수 없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그러더라도 한국어로 된 한국의 법전을 만드는 작업은 의미가 컸고, 1948년의 정부수립과 1960년의 민법 및 민사소송법의 시행으로써, 식민지 시대를 청산할 법적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하겠다. 그렇게 제정된 법률 아래에서 60년이 흘러왔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참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2천5백만의 인구가 5천만이 되었고, 1인당 GDP가 100달러에서 3만달러로 되었으며, 농업국이 현대적 산업국으로 변모하였다. 도시인구 비율이 총인구의 30%에서 80%로 증가했고, 합계출산율이 6.3명에서 1.3명으로 줄어들었다. 남녀의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변했고, 노인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부동산거래에서 등기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인식도 이제는 충분히 변했고, 서면계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널리 퍼져 왔다. 2000년대 이후에는 성장률 둔화, 이자율 하락 등 고도성장사회의 여러 징표들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변화를 한국의 기본법들은 그다지 수용해 내지 못했다. 1981년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2001년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만들어졌으며, 소비자보호에 관하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등 약간의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가족법에서 몇 차례 개정이 있기는 했지만, 시민생활과 경제적 거래의 기본법인 민법의 재산편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사회는 환골탈태하였는데 이를 규율하는 법률이 이렇듯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 상황에서, 각각의 사건에서 가장 적절한 결론이 내려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취득시효, 사해행위취소 등의 분야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은 판결례들이 누적되어 거대한 산을 이루었고, 그 이론적 모순들은 법원 스스로 판결로써 해결할 수준을 넘어섰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한국이 입법과 법실무에서 참고하는 나라들 역시 지난 수십년 간 (한국보다는 변화의 폭이 작지만) 사회변화를 겪었고 그에 따라서 모두 민법개정작업에 착수하여 2000년 이후 각각 민법의 대개정 작업을 마무리했다. 19세기 말의 각국의 이른바 법전제정기 이후, 21세기에 제2차 법전제정기가 이미 도래한 것이다. 아직 미흡한 점이 많기는 하지만, 한국의 법학계도 어느 정도 성장했고, 이론적 관심을 가진 실무법률가도 꾸준히 증가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운영된 법무부의 민법개정위원회의 작업결과 나왔던 민법개정시안은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인데, 그런 원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면서, 우리는 새로 개정작업에 착수하여야 한다. 사회현실과 법규범 간에 큰 괴리가 생길 경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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