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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청년시대

    수사받는 법에 대한 소고(3) - 지금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조승연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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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서나 검찰에 조사 참여를 하다 보면 숱하게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지금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그게 말이 되요? 스스로 생각해봐도 웃기죠?”

     

    피조사자가 이런 말을 들으면 내가 뭘 잘못 말했나라는 생각이 덜컥 들면서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러면 수사관은, “거봐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답을 못하죠.”, “사실은 이렇게 한 게 맞죠?”라고 재빨리 말한다. 그리고 조서에는 피조사자가 “아까는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이렇게 한 게 맞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힌다. 범죄 혐의를 자백하는 내용으로.


    조사 받는 사람은 기억하는 내용을 진술하러 가는 것이지, 말이 되는 말만 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이 많이 벌어지는가. 그걸 다 설명하고 앉아 있으면 골치만 아프다. 조사받는 사람은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말고, “제가 경험한 사실은 이겁니다.”라는 답변만 하면 된다.


    동료 변호사들과 우스개 소리로 제일 조사 잘 받는 사람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한다. 반면 똑똑하고 가방끈 긴 사람일수록 “말도 안 된다.”라는 말을 참지 못한다. 논리적으로 살아 왔기에 자신이 비논리적이라는 주장에 참지 못하고 반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관에게 반박을 하다 보면 오히려 꼬투리만 잡힐 뿐이다. 


    게다가 조사 받는 사람은 수사관에게 질문을 할 수 없지만, 수사관은 피조사자에게 계속 질문을 할 수 있다. 말 꼬투리 잡는 싸움을 이길 수가 없다. 왜 피조사자가 질문을 못하는지 궁금하시다면 아직 조사 참여를 한 번도 안 해 보신 분 일거다. 질문을 한 번 하면 "지금 저랑 말싸움하러 오신 거 아니에요.", "질문은 제가 하고, 당신은 답변하는 겁니다."라는 호통만 들을 뿐이다.


    그리고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오직 신만이 알 뿐이다. 수사관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보부족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합리적인 판단은 피조사자 자신이 기억하는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진술하는 것이다. 누가 잘못된 판단을 하는지를 떠나 경험한 사실관계만을 그대로 진술해야 나중에 오해를 받을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수사관이 윽박지르는 것을 피하고자 수사기관의 물음에 그대로 네네 하고 답변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나중에 그 진술을 번복할 수가 없다. 진술을 번복하려고 하면, “아니 그때 진술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인데, 그런 진술을 아무 생각 없이 하셨다는거에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라는 핀잔을 들을 뿐이다.


    피조사자는 이래나 저래나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라는 말은 숱하게 들을 것이다. 어차피 들을 말이라면 조서에 남을 말이라도 이쁘게 남기고 들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변호인은 피조사자가 수사관의 의도와 별개로 자신이 기억하는 그대로를 진술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래야 조서에 이상한 말이 적히지 않는다. 분위기 맞춘다고 사실과 다른 질문에 따라가서 맞다는 답변을 해버리면 그 진술은 돌이킬 수 없다.



    조승연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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