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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사법부 수장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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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에는 여러 기관이 있지만, 사법부는 참으로 특수한 조직이다. 위계질서가 분명한 대부분의 조직과 달리, 사법부는 그 구성원인 개개 법관이 각각 고유한 헌법기관으로서 독자적인 임무를 수행하며, 심급제에 따른 기능의 차이가 있을 뿐, 원칙적으로 명령과 복종의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다. 위계적이지 않은 조직으로는 가령 대학 사회도 있지만, 대학의 구성원들은 여러 이슈에 관해 발언만 할 뿐 최종적인 강제력 있는 결정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므로, 한 사회 내에서 막중한 결정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위계적이지 않은 조직은 사법부밖에 없다고 하겠다. 조직의 수장과 조직 구성원 간에 명령과 복종의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사법부 조직에서 수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조직의 수장이 조직 구성원에게 명령할 수 없다면, 그 수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는 조직의 일반론으로서보다는, 사법부가 국가 내에서 가지는 임무에 기초하여 논의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주지하듯이 한 사회의 권력 행사주체가 모두 선출된 사람들로만 구성되는 경우의 문제점을 없애기 위하여, 사법부는 비선출 법관으로 구성되고 있다. 사법부는, 다수결로 결론이 내려지는 입법부와 달리, 이념과 논리에 기초하여, 때로는 다수의 압박을 무릅쓰는 결론을 내리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에 비하여, 사법부는 국민의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할 능력이 가장 적다. 페더럴리스트 페이퍼 제78편에서 해밀턴이 말했듯이, 사법부는 칼을 좌지우지하지도 못하고, 지갑을 열게 닫게 하지도 못한다. 사법부는 어떠한 적극적인 결단을 행하지 못한다. 즉, 힘도 의사도 없이 단지 '판단'만을 가진 것이 사법부이다. 사법부의 수장이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라는 논의는, 이와 같은 사법부의 본질과 임무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처럼 사법부가 입법부·행정부와 거리를 두어야만 한다는 것이 국가구성원리인데, 그 사법부가 외부의 광풍에 따라 흔들린다면, 권력분립 자체가 무너져 내리는 것이고, 이는 그 사회의 앞날을 암담하게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때때로 이성이 무시되고 선동 분위기에 휩쓸리고 다수자의 의견이 결정적인, 그런 정치의 마당으로부터 휘몰아쳐 오는 광풍이, 사법부 안으로 휩쓸고 들어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결국 사법부 수장의 역할이다. 달리 말해서, 대법원장은 그런 광풍이, 제대로 대변되지 못하는 소수자를 보호하고 이성에 따른 결론을 최우선해야 하는 법관 개개인에게 밀어닥치지 않도록 차단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재판의 영역이 정치의 영역으로부터 거리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만약 그렇게 되지 못하면, 권력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틀은 무너질 것이며, 그런 사회는 결국 광풍에 휩쓸려 버려서, 더 이상 발전하고 번영하는 사회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법부의 수장은 어디에 있는가?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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