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임한 후 한 달 보름이 넘게 후임 검찰총장을 임명하기 위한 검찰총장 추천위원회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 등으로 검찰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고 구성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도 검찰을 지휘할 수장이 누가 되는지는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이번에 임명될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검찰총장인데 정권의 마지막 검찰총장은 항상 어려운 자리였다.
차기 검찰총장이 갖춰야 할 첫 번째 조건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공정한 결정을 하려는 결연한 의지와 용기이다. 검사는 단순히 정치권력이나 특정집단을 대위하는 자가 아니라 '공익의 대표자'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검사들이 제대로 결정하도록 지휘, 감독해야 할 검찰총장이 스스로 정권의 입맛을 맞추는 행태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 현 정부 들어서 검찰이 많은 권력에서 배제되는 입법에도 불구하고, 일부 검사들의 행태 때문에 더욱 공정성, 정파성 시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국민들이 검사 여러 명의 이름을 알 정도로 검사들의 법집행과 언행이 시빗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총장이 정권의 호위병 노릇을 한다면 검찰은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될 뿐이다.
다음으로 후배들로부터 존경받는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 산산조각난 검찰의 자존심과 갈가리 찢긴 검찰 내부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게다가 윤 전 총장이 밖에서 검찰을 지키겠다고 선언하고 사퇴하였고 현실 정치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검찰 중립이 시험 받을 대선을 앞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검사들이 따를 총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검찰을 불편부당한 정치적 중립지대에 있게 할 총장에게 요구되는 건 실력과 신망, 조직 장악력이다. 후배 검사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거나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면 검찰은 걷잡기 어려운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 외에도 검찰총장에게는 검찰의 정체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할 식견, 공정한 인사를 하려는 의지, 뚜렷한 역사관과 통찰력, 따뜻한 인간애 등도 요구된다. 하지만 현실은 차기 검찰총장에게 그런 기대를 할 정도의 여유조차 없다. 차기 검찰총장은 앞에서 제시한 두 가지 조건 즉, '공정한 결정을 하려는 결연한 의지'와 '존경받는 리더십'만이라도 갖춘 사람 중에서 선택되어야 한다. 검찰총장 인선이 또다시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고 분쟁의 씨앗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