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사설

    국가인권위원회 역할 확대하려면 견제장치도 마련해야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직역을 확대하고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등이 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 법무부와 인권위가 공동으로 입법 예고한 '인권정책기본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들을 보면, 정부는 인권정책 및 차별시정의 기본계획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시행계획을, 시·도지사는 지역계획을 각 수립·시행해야 하는데, 기존의 법령, 조례와 규칙, 각종 제도 및 정책의 시정, 법령 및 정책 집행과정에서의 인권증진 및 차별예방 의무를 부과하고, 나아가 국제인권기구 권고를 이행하고 국내인권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그런데, 정책의 수립, 평가단계에서 인권위의 역할이 매우 강력하고, 국가기관에 대한 개입도 강화하고 있다. 인권정책 및 차별시정의 기본계획은 '인권위 권고안'을 존중하여 수립해야 하고, 법령, 조례와 규칙, 각종 제도 및 정책 시정도 '인권위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인권위는 국가기관에 대한 시행계획 이행결과 제출요구권도 있다. 법률기관인 인권위가 헌법기관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를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고 나갈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런데, 인권위의 권한을 통제하는 장치는 단 한 조문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차별금지법안은 차별피해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구제를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인권위가 국고로 소송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는데, 법원이 양 당사자의 차별 시비를 판명하기 전부터 일방만 지원하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정의당안'은 차별구제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인권위에 시정명령권을 부여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법체계 내에서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그뿐이 아니다. 현행 법률이 장애인은 보건복지부, 노동자는 고용노동부, 남성과 여성은 여성가족부, 외국인은 법무부 등 대상과 영역별로 관장부서를 달리하고, 궁극적으로 사법부가 이들의 최종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법안마다 '인권'과 '차별'을 판단하는 일차적인 권한을 인권위로 단일화하여 중앙행정기관의 장보다 우위에 두고 있고, 숫제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개정하여 인권정책과 차별시정을 담당하는 조직 및 규모를 대폭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진정 또는 직권 조사, 합의 및 강제조정, 적절한 구제조치의 이행, 법령·제도·정책·관행의 시정 또는 개선 권고, 형사고발 또는 징계권고, 법률구조요청, 긴급구제 권고 등 다양한 조치를 갖춰 놓고 있고, 현 정부 들어 인권위의 영향력도 상당히 커진 상태다. 특히 정부기관은 어떻게든 인권위 권고를 받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실정이고, 사인분쟁도 인권위 판단이 민·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법부의 사후통제가 있다 하더라도 인권과 차별 이슈에 관한 한, 인권위에 반하는 결론을 내라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금 국정운영 방향설정은 물론, 국민의 전 생활영역에 미치는 각종 분쟁에까지 인권위의 업무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입법이 추진 중이다. 이렇듯 견제도 없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다면, 인권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위험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