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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언

    확인서면의 추억

    이재욱 법무사(서울중앙법무사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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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기필정보란 것이 있다. 소위 집문서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것을 잃어버리면 다시 발급받을 길이 없기 때문에 나중에 내가 집을 팔 때에 그 이전등기를 수임한 법무사가 "내가 이 부동산의 소유권자임"을 확인하는 서면을 작성하고 그것으로 이를 갈음하게 되는데, 이를 확인서면이라 한다. 여기에 본인의 우무인을 찍고 필적을 기재한 후, 특기사항란에 "언제 어디에서 본인 확인을 하였는지" 그 상황을 간략하게 기재한다. 그런데 2018년 12월의 등기예규 이전에는 이 란에 그 사람의 키나 몸무게, 신체적인 특징을 기재했었다. 문제는 등기 완료 후에 이것이 본인에게도 송달되기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 않게 조심하면서도 최대한 본인의 신체적인 특징을 잘 묘사해서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체중과 신장을 적었고, 얼굴에 점이 있으면 쓰기가 제일 좋았다. 하지만 피부색이 짙다거나 머리숱이 적다든가 하는 묘사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벌써 8년도 더 된 일이다. 전세권설정 등기를 하는데 등기필증이 없어서 소유자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부부 공유인 건물이었는데, 남편 이름이 아주 유명한 가수 이름과 같았다. 사모님을 만나서 본인확인을 하는데, 미인인 편이었고 몸도 아주 날씬한 편이었다. 나는 신장을 물어본 후에 체중까지 차마 물어보지는 못하고, 딴에는 최대한 호의적으로 한다는 게 "키 165cm 체중 50kg, 갸름한 얼굴에 쌍꺼풀이 있고 왼쪽 뺨에 점이 있음"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확인을 요청했더니, 모기같이 작은 목소리로 "체중은 49kg"이라고 정정해 주시는 것이었다. 지금 같으면 별일 아닌 듯 자연스럽게 잘 넘겼을 터인데, 그때는 나도 초보라 숙녀분께 큰 결례를 한 것 같아서 순간 당황했었던 것 같다. 나름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해 보려고, "남편 분 인상착의는 어떻게 적을까요?"하고 물었더니, 웃으시며 "말과 같이 생겼다"라고 적으면 된다고 팁을 주셨다. 덕분에 나도 같이 웃을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론 여성분들의 체중을 다시는 거기 적지 않았다. 물론 말처럼 생겼다는 말도 적지 않았다.


    이재욱 법무사(서울중앙법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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