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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2 딸 - 부모의 완벽함에 대한 착각

    권현유 부부장검사 (청주지검)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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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주말 집에서 밥 먹기가 싫어 외식을 하기로 하고, 친구들과 학교 과제를 하러 나간 중2 딸을 만나러 갔다. 딸은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집에 가면 밥도 없으니 그냥 대충 먹자고 했다. 딸은 유쾌하지 않게 따라갔다. 딸이 고기를 좋아하니 수육을 시켰다. 딸은 계속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불만이 가득했다. 순간 화가 났다. 좀 싫어도 그냥 적당히 한 끼 먹고 넘어가면 될 것을 싫은 내색을 해야 하는지, 식사 내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집에 와서 딸의 그런 태도에 대해 몇 마디 했다. 그러자 내가 원래 가기 싫다고 했는데 하면서 중2의 '이렇고, 저렇고…' 따지는 말투가 시작되었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버릇이 없다는 생각에 "엄마가 힘들어서 나가서 먹은 것인데 그냥 좀 좋게 넘어가면 안 되는 것인지…." 화가 나서 말을 하다가 "너도 좀 생각을 해 보라"고 한 후 나왔다.


    어떻게 키워야할지…. 직장 생활로 바빴지만 나름 딸의 의견을 존중하고 친구처럼 대하며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나 스스로도 감정이 격해졌다. 잠시 산책을 하며 딸이 한 말을 생각해 보다가, 내 스스로 최선을 다했고,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딸에 대해 일방적인 태도로 대하고 있었다. 식당에서 딸에게 무엇을 먹을 것인지 제대로 물어보지 않았고, 딸이 고기를 좋아하니 엄마가 알아서 수육을 시켜주면 불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딸은 나를 위해 식당에 따라 왔는데, 나는 딸에게 밥 한 끼를 해결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듯 행동한 것이다. 무엇을 먹을 것인지 한번 물어보고, 같이 와 줘서 고맙다고 했다면 딸은 화 내지 않았을 것이다. 딸이 억지로 따라온 것 같은 표정이 싫어서 뒤엉킨 감정으로 나는 최선을 다한 완벽한 사람처럼 딸을 대하고 있었다.

    평소 딸의 의사를 존중하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식사 메뉴를 선택할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고 표정이 좋지 않은 딸만 탓하고 있었다니.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딸에게 사과했고, 그 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도 조그마한 여유가 생겼다.


    권현유 부부장검사 (청주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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