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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거운 마음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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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한 광복절 연휴에 갑작스럽게 영화 속 이야기같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함락 소식이 들려왔다. 이어지는 현지 뉴스를 조금씩 살펴보니 여성들이 직면한 억압과 위협, 탈출을 시도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어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게 된다. 치안이 무너져 시민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을 보노라니 그와 유사한 어려움을 들은 적 있는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의 콩고민주공화국 법관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국제사법교류 관련 단체의 지원을 받아 한국의 사법제도와 법원의 문화를 익히기 위해 2017년 사법연수원을 방문하였는데, 필자가 그 방문프로그램 일부를 진행하게 되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1960년 식민지 체제에서 독립하여 국가를 수립하기는 했지만 부족 간의 갈등과 끊임없는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었고, 특히 무장 군인들의 성범죄는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게 되었다. 방문단은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고도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한국을 부러워하였다. 기억에 남아 있는 방문단장 장 풍구 우불르 법관의 마지막 모습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여전히 많은 여성과 어린이들이 물리적 폭력의 위협에 시달리지만 자국의 수사기관과 법원은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법관이 계속 관심 가져줄 것을 호소하던 모습이다. 물론 위 두 나라가 처한 역사·지리·종교적 상황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시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생명과 신체를 지켜주는 국가의 기능이 마비되었을 때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피해에 노출되는 현상은 공통적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4년 전 한국을 찾았던 방문단의 열정과 노력은 결실을 맺었을까. 그들의 나라에 평화가 곧 찾아오기를 기원하였는데, 사실 그것은 그저 작은 씨앗 하나를 뿌리는 정도의 마음일 뿐이다. 먼 나라의 시민들에게 닥쳐온 위험 앞에서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잘 알기에 마음은 무겁다. 고난에 처한 이들이 하루빨리 안전한 상태를 확보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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