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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법학 교과서와 수험서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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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교수들은 매학기 2개월이 넘는 방학이 있어서 참 좋겠다고 하지만 신학기의 강의교재 출간을 준비하는 분들은 논문을 작성하는 외에 출간 업무로 바쁘다. 변호사시험 등의 출제와 채점, 특강 등의 일이 생기기도 하고 최소한 강의안 수정작업이라도 하게 된다.


    필자도 여름방학에는 '형사소송법' 교과서를, 겨울방학에는 '사례형사소송법' 수험서의 개정작업으로 힘들게 보내면서 오히려 방학이 빨리 끝나 강의에만 전념할 수 있는 개학을 기다리는 형편이다. 2011년 늦게 교수가 되어 당시 최고로 인기가 높았던 교수님의 교과서로 강의를 시작하였고 다른 교과서까지 참고하면서 정말 열심히 하였다. 그러다가 점점 부족하거나 빠진 부분이 눈에 들어오고 실제 변호사시험 등에서 그 부분을 지적하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하였다. 적지 않은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수강하는 학생들에게는 교수가 직접 만든 교과서의 존재가 절실해 보였고 필자가 학생이었던 시절의 기억도 되살아났다. 그래서 겁도 없이 거의 모든 형사소송법 교과서를 검토하며 판례를 분석하고 여러 논문의 내용에 필자의 실무경험과 의견을 모아 빈 시간을 여기에 온전히 쏟아 부으며 집필작업을 진행하였다. 3년 정도 작업을 대략 마친 후에 대형출판사에 출간을 의뢰하였다가 무명교수라서 단번에 거절당하고 자비로 겨우 형사소송법 초판을 낼 수가 있었다. 그것도 증거법까지의 미완성 상태였다. 그로부터 또 1년 6개월 만에 증거법 이후 부분까지 모두 담아 2판을 출간하였고, 점차 학생들의 호평을 받아 해마다 판을 거듭하여 최근 7판까지 출간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또한 형사소송법연습 과목도 최고 인기의 형사소송법연습 교재로 수년간 사용하였으나 학생들로부터 변호사시험 등의 기출문제를 다루어 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어 그동안 수강생들에게 출제한 학교시험의 내용 외에 변호사시험 등의 기재례로 작성한 것을 정리해서 사례형사소송법을 출간하게 되었다. 사례형사소송법은 1판부터 형사소송법보다 인기가 더 높았고, 최근 출간한 4판은 6개월 만에 완판이 되어 2쇄까지 발행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사례형사소송법은 형사소송법에 비해 들인 노력이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더 높은 것에 의아해하면서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교과서는 강의를 맡는 교수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반면에 학생들은 대부분 강의 때문에 교과서 맛만 보고 곧 수험서로 바꾸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법학 교과서와 수험서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으며, 오히려 핵심암기장과 같은 요약서가 대세를 이루는 것 같아 걱정이다. 로스쿨의 3년이란 짧은 교육기간과 함께 변시 합격률이 낮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1학년부터 수험서와 동영상 강의에, 점차 기출문제 답안 중심의 요약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물론 교과서와 교수의 강의를 중심으로 탄탄하게 기본기부터 쌓아가는 바람직한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떨어지면 끝장이라는 변호사시험의 숙명으로 인해 로스쿨 교육의 부실은 계속되는 것 같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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