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도 이제 4분기에 접어들었다. 남은 날이 채 100일도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 올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저절로 돌아보게 된다. 아쉬운 점도 많고,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들도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올해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평안하게 넘어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인생 최고의 복은 무엇일까. 인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배울 점이 많은 멋진 선배들과 능력과 열정을 겸비한 동기, 후배들과 일할 수 있었고, 또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 허락된 참으로 큰 복이라 생각한다. 비상한 두뇌, 남다른 성실함을 지닌 사람들로 가득한 법조계에서 내가 가진 능력이 참 부족하다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탁월한 업무능력으로 앞에서 본을 보여주는 사수, 교학상장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는 동기, 후배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두번째 회사에서 만난 사수님께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사내변호사로, 국내법무 전반을 담당하는 포지션을 맡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라, 어디부터 시작할지 다소 막막했다. 그런데 사수님께서 업무를 새로 맡게 될 때마다, 이 업무의 맥락은 무엇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어떻게 아웃풋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를 제공해 주셨다. 중간 보고를 드리면, 추가로 검토해 보면 좋은 자료는 어디에서 찾으면 좋은지, 유관부서의 의견은 어떤 형태로 받아서 보고서에 반영하면 좋은지까지 구체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다. 업무적으로 탁월하면서, 또 후배를 인간적으로 존중해 주시고, 하나하나 세심하게 알려주셨던 사수님 덕분에 5년 가까운 기간 동안 업무에 즐겁게 매진할 수 있었다.
한동안 너무도 갖고 싶었던 능력-필기를 하지 않아도 머리 속으로 생각을 구조화해서 정리하는 능력, 포토그래픽 메모리라 불리는 비상한 암기능력, 속독 능력, 그리고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하고 일해도 지치지 않는 체력-은 여전히 내 안에 없거나, 부족하다. 하지만 인복만큼은 넘치게 받은 것 같다. 지금도 과거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그동안 부족한 나를 보듬어 성장하게 해준 많은 분들께 진심을 담은 감사를 드리고 싶은 날이다. 향후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참으로 영광이겠다.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