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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헌법을 다시 읽어 보자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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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로서 일을 해 오면서 피부로 느끼는 변화 중 하나는 압수수색 현장에 변호사들이 대거 참여하여 대응하는 사례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압수수색이 있게 되면 기업으로서는 당혹감을 넘어 현장에서 그 대응에 허둥지둥하게 된다. 현장의 압수수색은 수사기관이 스스로 압수대상을 찾는 것 외에도 피압수자가 압수대상을 찾아 건네야 하는 상황도 있어 법적 대응이라기 보다는 사실적 대응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압수수색영장 청구건수는 31만 6611건, 발부건수는 28만 8730건으로 영장 발부율은 91.2%라고 한다. 여기에 일부 발부율 7.8%를 포함하면 압수수색영장의 발부율은 99%에 이른다. 인터넷 포털의 경우에도 작년 네이버와 카카오등의 계정 386만 6000개의 정보가 제공되었다고 한다. 이는 2019년 312만 7000개에 비해 74만 개가 증가한 수치이다. 물론 대통령선거가 있던 2017년의 1079만 1000개, 대선 다음 해인 2018년의 829만 9000개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나, 인터넷 포털에 대한 압수수색은 신원정보를 비롯해 통신내용과 기록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포괄적 감시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인터넷 포털에 대한 압수수색의 경우 현행법상 공소제기, 검찰불송치 등의 처분이 이루어지면 그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통지가 되는데, 그와 같은 처분이 있기까지 오랫 동안 압수수색 사실을 알 수가 없다. 기소중지나 참고인중지 등의 경우에는 통지대상도 아니고, 만약 기소중지된 사건이 재기되지 않으면 영원히 압수수색 사실을 알 수도 없게 된다. 수사의 직접 대상자만이 아니라 그와 이메일이나 카톡을 주고 받은 모든 사람이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고 있는데 그러한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압수ㆍ수색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고, 제3항은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영장을 제시하여야'는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법률에 근거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만 있으면 된다는 것일까? 법치주의는 단호히 'NO'라고 한다. 압수수색은 수사의 수단이기 이전에 기본권을 침해하는 처분이다. 그러기에 압수수색이 필요한 합리적이고 충분한 이유, 압수수색 외의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이 충족되어야 한다. 헌법은 제16조에서 주거의 자유와 관련하여 다시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제12조에서 규정하고 있음에도 제16조에서 또다시 영장주의를 규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압수수색의 기본권 침해 성격을 도외시하고 수사의 방법으로만 여긴다면 99%의 발부율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메일과 같은 개인의 민감한 정보에 대한 깜깜이 압수를 통제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입법기관이나 사법기관, 법집행기관의 종사자, 그리고 변호사 모두가 헌법을 다시 읽어 보아야 할 때이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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