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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대법관 증원론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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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건국 이후 사법부는 민주공화국의 기초를 튼튼히 하면서 국민의 권리구제와 기본권 신장을 위한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에 2015년 이래 매년 4만건 이상의 본안사건이 접수되고 있고, 2020년 한 해 동안에만 4만 6231건의 본안사건이 접수되어 3만 8890건을 처리한 바 있다. 그런데 4건 중 3건 가량을 판결이유 없는 심리불속행으로 처리함에 따라 대법원은 상고심으로서 국민의 권리구제에 있어서 충실하지 못하고, 법해석의 통일이라는 최고법원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국민적 사법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고제도 개선 방안의 하나로 대법관의 수를 48명으로 증원하되, 개정안 부칙 단서에 34명의 대법관 증원을 공포한 날부터 3년의 시한을 두고 매년 12명(3년차에는 10명)씩 증원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여당의원이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다.

    첫째, 대법관이 대폭 증원되면 임명과정에 국회나 정당의 정치적 영향력이 작용하여 대법원은 국민으로부터 수탁받은 중립적 제3권력이 아니라 이념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정당사법(政黨司法)이 될 수 있다.

    둘째, 대법관의 증원으로 인한 상고심 재판에 대한 기대상승으로 대법원은 그야말로 권리구제를 위한 사건처리의 종말 처리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

    셋째, 대법관의 임명시 인사청문회와 국회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분야의 적임자를 충원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넷째, 대법관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 통일적 법 해석은 어려워지고 집단적 지성에 의한 합의체에 의한 판결이 아니라 재판연구관에 의존하는 1인의 대법관에 의한 판결과 재판불신의 진앙지인 심리불속행제도가 그대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대법관의 총 인원을 48명으로 할 경우 물리적으로 전원합의체를 구성하기 어려워지고, 장관급 대법관의 대량 증원에 따르는 하급심의 부실화와 과도한 사법비용을 유발시킬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법관을 4인 규모의 소폭 증원을 통하여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경우처럼 독립된 관할과 권한을 가진 8인으로 각각 구성된 공법재판부와 사법재판부의 Two bench로 구성하고, 동일한 쟁점에 대하여 서로 다른 의견으로 법적 평가를 달리하는 경우에는 전체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법해석의 통일을 모색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의 모든 정책과 제도는 바람직한 긍정적 측면이 있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과 역기능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대법관을 일부 증원하되, 상고제도의 개선 효과가 있는지를 중간 점검하기 위해 법원조직법의 부칙에 제도 시행 후 5년이 지난 시점에 국회에서 검토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법원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대한민국 최고법원의 위상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대법관의 소폭 증원과 고등법원 상고허가제나 상고심사제를 결합하는 국민을 위한 사법시스템이 조속히 법제화되기를 기대한다.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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