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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언

    별이 빛나는 법정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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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을 위한 퀴즈. 두 개의 사진을 보고 강아지 사진을 찾아내면 된다. 두 개의 사진은 동그란 두 눈과 둥근 코를 가진 강아지 치와와의 얼굴 사진과 건포도 세 개가 박힌 빵 머핀의 사진. 너무 쉬워서 이게 문제인가 싶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공지능 AI는 이 둘을 혼동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한다.


    몇 년 전에 들은 사례이니 그 후로 AI는 쉬지 않고 딥러닝을 했을 것이다. AI의 최대 무기는 빅데이터를 토대로 알고리즘에 따라 끝없이 학습하는 능력과 다양한 활용성. 수많은 판례와 법률, 학설에 대한 학습을 마친 AI가 언젠가 정의와 형평이 바로 이것이라고 선언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아쉽게도 AI 판결의 결론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AI가 참고한 빅데이터에는 과거의 차별적 편견과 관습이 숨겨져 있고 알고리즘 또한 그러한 편견에 익숙한 누군가가 정해 준 규칙이기 때문이다. AI가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거나 법률가에게 특별한 이성과 재능이 있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AI가 가진 장점과 한계에 대한 고찰이 법관 판단작용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AI의 딥러닝처럼 사실관계에 대한 치밀한 관찰, 법령과 판례에 대한 깊은 연구는 기본이다. 이 다음이 법관 고유의 시간, 바로 우리 사회를 앞으로 어떠한 공동체로 만들 것인가라는 가치판단의 작업이다. 이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무섭게 발전하는 AI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관해 인류에게 가치판단의 결단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생물학적인 성을 벗어나 사회에서 새로운 성을 얻게 된 성전환자, 남성 위주의 종중에서 종중 재산을 분배받게 된 여성, 친부모가 있어도 조부모에게 입양되어 더 친밀한 보호를 받게 된 아동. 이들은 여러 가치를 심사숙고한 법관의 결단을 통해 이 사회에 새로이 탄생한 사람들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 성평등, 아동의 복리라는 가치는 이렇게 우리 곁에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법관의 빅데이터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같은 정의와 형평에 대한 감수성, 알고리즘은 규범과 선례를 존중하되 여러 가치를 저울질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결단을 내리는 능력 그리고 소수의견도 경청하는 겸손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소유자의 권리와 거래 상대방의 신뢰, 채무자의 새출발과 채권자의 권리, 실체적 진실 발견과 피고인의 방어권. 머핀과 치와와 퀴즈보다 훨씬 어려운 선택의 문제이다. 사건 메모지를 정리해 법정에 들어가면서 나의 빅데이터와 알고리즘도 마음속에 챙겨본다.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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