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법창에 글을 기고한 지 벌써 6개월이 되었다. 판결문이나 논문 외에 글을 써본 경험이 많지 않았던 필자로서는 주제 선정부터 고민이 많이 되었고, 지금까지 재판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여러 법조인을 대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예전에 동료 판사들과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독서모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판사들마다 매번 소개하는 책의 장르가 일관된 것이 흥미롭다고 느꼈던 때가 있었다. 시집이나 소설을 추천하는 분, 자기개발서를 추천하는 분, 과학 서적을 추천하는 분은 매번 비슷한 종류의 책을 추천했었는데,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첫 기고문에서도 썼지만, 좋은 판사가 어떤 판사인지는 지금도 유효한 고민이다. 사회는 많은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면서도 당사자들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연륜과 경험을 갖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을 하는 판사를 이상적인 판사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적절한 재판시스템의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모든 판사가 그런 이상적인 모습을 갖출 수 없다. 신속성과 충실함을 모두 추구하는 것은 모순될 수 있고, 학식과 연륜을 갖춘 판사라 하더라도 많은 사건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적정한 사건수를 가지고 재판을 하는 것이다. 여건이 되는 법원에서는 소액재판에서도 일반 민사판결과 마찬가지로 충실하게 이유를 기재할 수 있고 당사자들의 얘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시간도 있다. 반면 사건수가 많은 법원에서는 접수되는 사건을 처리하기에도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
법조일원화를 시작할 당시에도 논의가 되었지만, 연륜 있는 법조인을 법관으로 선발하기 위해서는 재판연구원이나 그에 맞는 재판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연륜 있는 판사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재판연구원을 대폭 확충하고 사회가 원하는 재판의 모습이 구현될 수 있도록 재판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다른 여건은 모두 그대로 둔 채 법조일원화만 시행한다고 해서 사회가 원하는 이상적인 재판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재판의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법관 선발부터 효율적인 재판시스템 구현, 그리고 법관정년 연장이나 정년 이후의 활용 방안 등에 관하여도 큰 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권혁준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