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톨스토이는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날개를 잃고 (심지어 옷도 잃고 알몸 상태로) 땅에 떨어졌던 천사 미카엘을 통해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 “사람에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라는 답을 내어놓는다(왜 천사가 땅에 떨어졌는지, 왜 이런 답을 하는지는 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데, 아주 재미있을 뿐 아니라 감동적이기도 하고, 다른 좋은 단편들도 실려있으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검사인 나에게도 물어보고 싶어졌다. “검사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검사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장덕, 박일섭, 이순재, 강수연 출연 <내 마음 나도 몰라>, 테스 형 동생 나훈아의 같은 제목 노래처럼, 검사인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기에 첫 번째 질문은 일단 통과.
두 번째 질문의 답은 쉽다. 검사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법 외의 권한이다. 어떤 사람은 검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고 하는데,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에 따른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는 검사에게 무소불위(無所不爲, 하지 못하는 일이 없음)의 권력이 있다고 하면 국어사전의 뜻풀이와 맞지 않는다(검사가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면 청소와 쓰레기 버리기를 왜 아내에게 시킬 수 없는 것인가).
“대한민국 검찰은 기소권, 수사권, 영장청구권, 수사지휘권, 형 집행권, 국가소송 수행권 등 형사사법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국가 최고의 권력”기관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소권, 수사권, 영장청구권, 수사지휘권은 분리될 수 없기도 하거니와(국회에 입법권이 있다고 하지, 법안제출권, 심사권, 의결권 등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고,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고 하지, 소송접수권, 재판 진행권, 1심 선고권, 2심 선고권 등이 있다고 하지 않는다), 검사들에게 위 권한은 권력이라기보다는 의무이다. 적정하게 수사하고, 올바르게 기소하고, 판결에서 정해진 대로 형을 집행하고. 검찰의 권한은 그 취지에 맞게 제대로 행사될 때에만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이라고 할 수 있지 그게 아니라면 불법행위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검사는 (배당소득, 임대소득, 이자소득 등 다른 소득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급여소득으로 산다. 검사의 급여가 궁금하면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및 그 시행령을 찾아보면 된다. 말하지 않았던가. 검사에게는 헌법과 법률에서 부여한 것 외에 법 외의 것은 주어지지 않았다고.
그리고 물론, 검사의 마음속에는 정의가 있다.
홍완희 부장검사 (대검 마약조직범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