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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미성년자의 빚 대물림 방지를 위한 전진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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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는 정보가 흘러넘치고 지구 반대편의 일도 이웃 동네에서 발생한 것처럼 바로 알 수 있게 되었는데 역설적으로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인이 되었다거나 피상속인에게 많은 부채가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없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혼의 증가로 가족이 해제되고 가족형태가 복잡·다양해지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어느날 갑자기 상속인이 되었으니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라는 낯선 서류를 받으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다행히 민법은 제1019조 제3항에서 이런 상속인을 보호하는 특별한정승인제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미성년 상속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만약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고도 한정승인이나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정한 특별한정승인을 하지 않고 3월의 제척기간이 지나면 그 (미성년)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러 비로소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에 관하여 상속인 본인 스스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판결).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법정대리인의 무지 탓에 성년이 되자마자 아버지의 빚을 상속받게 된 자녀의 처지를 현행 민법의 해석으로는 구제할 수 없음을 무척 안타까워하면서 입법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인상적인 판시를 하였다. 민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상속채무를 그대로 승계한 미성년자는 개인파산·면책을 받는 방법 외에 다른 구제책이 없다. 이들은 피상속인이 남긴 빚 때문에 개인파산선고를 받아 일정한 자격 취득이 제한될 수 있고, 면책 결정을 받아도 일정 기간 대출이 제한되는 현실적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위 판결이 선고된 지 1년 5개월이 지난 2022년 4월 5일 드디어 법무부가 '미성년자 빚 대물림 방지를 위한 민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 내용은 민법 제1019조 제4항을 신설하여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후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안 날부터 6월 내(성년이 되기 전에 안 경우에는 성년이 된 날부터 6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이 개정법률 규정으로 최대한 많은 수의 미성년자가 보호될 수 있도록 개정법 시행 전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신설규정에 따른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내용의 부칙 규정을 두었다.

    개인적으로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은 한정승인만 가능하고 상속재산이 상속채무를 초과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법원의 허가를 얻어 단순승인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프랑스 민법보다 훨씬 현실적인 규정이라고 생각한다. 온전히 보호받아야 할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무지나 과실로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청소년의 달 5월에 빛의 속도로 입법이 완성되길 기대한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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