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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집시법 개정, 신중하고 깊이 있는 논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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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산마을 사저 앞 시위와 관련하여 민주당 의원들의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청래 의원 등은 전직 대통령 사저를 집회 금지 구역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였고, 한병도 의원도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을 주는 행위, 반복된 악의적 표현으로 개인의 인격권을 현저하게 침해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치는 행위, 악의적 표현으로 청각 등 신체나 정신에 장애를 유발할 정도의 소음을 발생해 신체적 피해를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였으며, 박광온 의원도 반복적으로 특정 대상과 집단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거나 폭력적 행위를 선동해 국민의 안전에 직접적 위협을 끼치는 행위, 이른바 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확성기를 사용하여 욕설과 고성을 지르고, 꽹과리·북 등을 동원해 장송곡과 애국가 등을 틀어대고 있는 평산마을 시위는 분명히 그 도가 지나치다는 점에서 집시법 개정안 발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되는 면이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의 잘못된 시위의 양상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보이다가 문 전 대통령의 사저 앞 시위를 계기로 집시법 개정안을 쏟아내는 것은 입법동기의 정당성 측면에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작금의 상황을 유발시킨 장본인이 바로 문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라고 지적하고 나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집시법 개정의 문제를 문 전 대통령의 사저 앞 시위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확성기 등 소음도구를 과도하게 사용하여 주변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게 하거나, 대기업 사옥 앞을 욕설과 명예훼손적 언사들로 물들이거나, 개인의 사적 공간인 주거지의 사생활의 평온을 깨뜨리는 등의 무분별한 시위가 있어왔고, 판결이나 수사, 행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담당자의 이름만이 아니라 얼굴 사진까지 붙은 플래카드를 내건 시위도 자주 목격되는 등 시위의 한계 내지 도가 넘어선 상황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민주국가에 있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임은 분명하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의 평온이나 인권을 침해하여서는 안 되는 한계 또한 갖고 있다. 그렇다고 전직 대통령 사저를 집회시위 금지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은 옳지 못하다. 전직 대통령의 사저를 일반 국민의 주거지와 달리 보아야 할 합리적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국회는 정파와 진영을 떠나 이번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 논란을 계기로 평화롭고 민주적이며 선진적인 시위 문화 정착을 위해 현행 집시법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속한 입법보다는 전문가의 의견과 국민 여론을 널리 수렴하는 등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 개인의 사생활의 평온이라는 기본권 간의 조화로운 보장을 가능하게 하는 입법적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신중하고 깊이 있는 입법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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