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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청년시대

    [지금은 청년시대] 스토킹처벌법에 대한 소고

    김민수 변호사(법률사무소 니케 공동대표)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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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꾸준함과 끈기가 있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속담이다. 그러나 이 속담은 이성관계에 대한 해답이나 진리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게 더 많았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면 큰일 날 소리 한다고 하겠지만, 남자가 한 여성을 열렬히 사랑한다고 따라다니면서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그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 거란 이야기를 많이들 했다. 마치 그것이 여자를 위한 낭만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여성이나 남성 모두 자신의 의사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시대가 왔다. 또한 그러한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진심인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대의 "No"는 Yes가 어딘가에 숨어 있는 거절이 아니라 거절 그 자체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신의 진심이 닿으면 그 사람이 바뀔 거라고 착각하고 자신의 의사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지속적으로 자신의 의사만을 이야기하다 결국 타인이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그 사람을 책망하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확인할 수 있다. 작년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던 노원구의 세 모녀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 피고인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과연 이러한 처벌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요소가 되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는 지속적인 괴롭힘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처벌을 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적용 가능한 법령이 경범죄처벌법 외에는 딱히 없었으니 가해자들도 처벌 자체를 크게 무서워하지 않았으며, 경찰 역시 피해자를 도와주고 싶어도 뭔가 제대로 도와줄 방법이나 근거가 없었다. 그러던 중 사건이 발생하고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연이어 언론에서 보도가 되었다. 그러자 국민들은 스토킹범죄 자체에 대해 국가에 더 강한 보호를 원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입법부는 스토킹행위가 단순히 지속적인 괴롭힘에서 나아가 더 중한 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곤 이를 근절하고자 하는 법을 제정하였다. 그렇게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어 2021년 10월 21일부터 본격 시행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 21일 이후 2022년 3월까지 법이 적용된 사건은 발생 5707건, 검거 5248건으로 집계되었다. 사법처리된 사람은 3039명이 었는데, 1192명이 기소되었고 그 중 4.3%인 129명이 구속되었다고 한다. 이는 전체 범죄의 평균 구속률보다 약 2.8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통계 결과가 과연 스토킹처벌만으로 저리 중한 형벌이 적용된 것이 맞는지 통계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 확정이 되어 확보가능한 판결문을 전수조사 해보았다. 일단 스토킹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여 보니 2022년 6월 9일까지 총 239건의 판결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경범죄처벌법이나 정보통신망법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바, 이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스토킹처벌법으로 다시 검색을 해보았다. 그러자 총 73건이 확인되었고, 현재 확정되지 않아 발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판결문을 제외하고 총 68건의 판결문을 모두 출력하여 분석해 보았다.


    일단 판결문을 분석하면서 느꼈던 특이점은 예상대로 대부분의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은 별다를 게 없었으나, 동성간에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이나 친족인 남매간에도 처벌이 가능하며 실제로 처벌이 이루어진 것이 확인되어 놀라웠다. 물론 법적 구성요건에 성별이나 신분에 의한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당연한 것일 수 있겠으나, 필자 역시 스토킹이라고 하면 연인 간에 발생하거나 누군가를 연모하여 발생하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이러한 결과가 신기하기도 하였다.

     
    일단 판결문을 보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실형이 적다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68건 중 실형을 받은 것은 8건으로 생각보다 높은 실형률을 보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실형을 받은 경우는 동종전과가 있었던 경우나 누범기간인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직전에 실형으로 복역했던 전과자들이었다. 변호사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초범의 경우에도 바로 구속하는 것이 당연히 너무 과하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응급조치나 잠정조치를 위반하여 구속수사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하여 반대로 실형이 적고 집행유예가 많은 것이 자칫 피해자에 대한 보복우려가 커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었다.


    성폭력범죄의 경우 재범률을 막기 위해 공개고지나 전자발찌 혹은 신상정보등록을 하고 있는데, 스토킹처벌법의 경우에도 성범죄와 마찬가지의 처분이 이루어지는 것이 재범률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하였다.


    초범의 경우 바로 실형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개전의 정이나 혹은 한 인간으로서의 실수로 발생할 수 있기에 다소 과중한 형벌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응급조치나 잠정조치를 위반한 사람에게조차 실형을 면하게 하고 단지 재범을 막기 위해 스토킹에 대한 교육 몇 시간을 받게 하는 것으로 재범을 막으려는 조치를 다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토킹처벌법은 어찌 보면 순간의 실수로 발생할 수 있는 범죄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실제 사례와 같이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범죄이기에 양형이나 재범가능성 평가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필자는 최근 스토킹처벌법 사건을 진행하면서 법과 형벌이 적정한지 심각하게 고민하였다.


    스토킹 처벌법에 저촉되는 사안은 기본적으로 응급조치나 잠정조치를 위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행위 태양 자체가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경우를 상정하고 있어 그 자체로 재범에 대한 위험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단순히 처벌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재범의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지를 고민해야 하며, 또한 어떻게 보복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을지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스토킹처벌법 자체와 이를 적용 집행하는 데 기준이 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시행되고 있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재범방지제도를 참고한다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법령이라고 하더라도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사회와 입법부가 조금 더 이 범죄에 대해 연구하고 제도 보완을 해야하지 않을까.

     

    또한 이러한 재범에 대한 방지책 말고도 위험성은 한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 조항에 대한 것이다. 판례 전수조사를 하던 중 재판부가 피해자에게 처벌불원의 의사와 합의를 하였음에도 합의서가 진정한 의사로 작성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건이 있었다. 이 판결은 필자가 걱정하고 있는 부분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다.


    형벌이 중해진 만큼 가해자들은 사건을 최대한 빠르게 무마시키기 위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위협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또는 정신적 고통이라는 2차 가해로 나타날 수 있다. 처벌을 피하려고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를 더 찾아 가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여성단체들 역시 이 같은 이유로 반의사불벌조항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개인이 느끼는 공포감 등과 같은 주관적 감정은 이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나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처벌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반대의견도 만만치는 않다.


    심지어 이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없으면 좋을 텐데 실무상 채무자가 채권자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나, 가깝게는 주차장에서 주차 문제로 시비가 발생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도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되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무조건 처벌만을 강화하는 것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필자는 이 법을 반드시 강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그 구성요건을 정함에 있어 조금 더 세밀하게 분화하여 법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되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범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성범죄와 같은 부수적 처분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입장에서 이 글을 썼다. 부디 앞으로 스토킹처벌법 개정에 있어 작은 참고라도 되었으면 한다.

     

     

     김민수 변호사(법률사무소 니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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