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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법의 신(新)과 함께] 마침내, CBT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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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KBS2에서 방영되었던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를 보던 중, 꽤 의아한 장면을 만났다. 계약직이지만 업무능력이 출중한 미스 김(김혜수 분)이 어렵게 뚫은 거래처와 계약서를 작성하려고 하는 찰나, 악필이라는 이유로 계약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장면이었다. 그러던 중, 다른 업무능력은 인정받지 못했지만, 손글씨로 문서를 작성하는 능력이 탁월한 고 과장이 문서를 정갈하게 작성해 내는 덕분에 거래를 무사히 성사시킬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였다. 누군가에게는 손글씨가 정말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소 의아하게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손글씨로 변호사시험을 보느라 어깨가 아팠던 기억 때문에 더욱 인상 깊게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법무부가 변호사시험에 컴퓨터 기반 시험(CBT) 방식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근 10년 전에도 컴퓨터 기반으로 시험 방식을 변경한다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직도 논의가 별로 진척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렇게 고도로 발달한 IT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면 기반 시험(PBT)으로 변호사시험이 치러졌다는 사실이 도리어 어색하게 느껴졌다. 2004년 토플(TOEFL) 영어시험을 보던 시절에 이미 대한민국에는 CBT 도입이 완료되었고, PBT는 폐지된 지 오래였는데 말이다.

    PC로 서면 주고받는 이 시대
    꼭 손글씨로 변시 치러야 할까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시험
    CBT 도입검토 뉴스에 만감이…
     

     
    정갈한 필체로 써 내려간 문서가 작성자의 인품을 반영하기에 손글씨 그 자체가 하나의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직장의 신’ 드라마에 나온 거래처 옹 회장 같은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손글씨로 변호사시험을 본 입장에서는 법령과 판례, 사례를 공부하는데 집중할 시간을 백강고시체 교안을 따라 쓰거나, 조금이라도 손이 편한 펜을 찾아 헤매는데 할애해야 하는 것이 퍽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여담이지만, 나는 제트스트림, 에너겔, 사라사 펜을 번갈아 사용하며, 서로 다른 근육을 혹사시켜 어떻게든 답안지를 수십장 씩 작성해 내는 능력을 변호사시험을 통해 익혔다. 변호사시험이 끝나고 난 이후에는 한 번도 그 능력을 활용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뿐인가. 손글씨로 시험을 준비하고 치러내는 과정은 참으로 고통스럽다. 사례와 기록을 열심히 공부하던 동기는 3학년 2학기가 되자 산모들이 주로 착용하는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목뒤와 어깨를 연결하는 부위에 파스를 붙이고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평소 공부와 연습으로 지친 어깨와 손으로 시험 기간인 5일 동안 논술형 답안지 32장가량을 손으로 써서 내는 것은 지난한 일이었다. 큰 실수라도 하면, 처음부터 손으로 다시 써서 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첫 문장을 시작하기 무서웠던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다.

     
    한 때는 손글씨를 잘 쓰는 것이 정말 중요했던 시기가 있었다. 정갈한 손글씨로 일정한 간격으로 마치 줄을 대고 그은 듯 써낸 서면이 과적해 있는 사건을 다루는 재판부 입장에서 읽기에도 편하고, 의뢰인의 주장에도 힘을 실어주던 시기가. 하지만 ‘전자소송’ 인터넷 사이트로 전자서면 제출이 가능해지고, 대부분의 법무법인이 의뢰인과 이메일, 한글, 워드프로세서 등 컴퓨터를 이용해 문서를 주고받는 2022년에 이르러서는 ‘손글씨’가 변호사시험의 필수적인 요소로 반영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만한 중요한 시험이자 사회 정의와 인권을 실현할 공공의 사명을 띤 전문가를 배출하기 위한 시험인 만큼, 무엇보다 보안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는 점, 해킹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 등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안전장치가 충분히 확보되었다는 전제 하에는 CBT가 조속히 도입되어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이들이 손목, 어깨 통증을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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