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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하모니

    정인경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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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하모니(philharmony)는 ‘phil’(좋아하는)과 ‘harmony’(화음, 조화)의 결합어이다. 근대 이후 음악 애호가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고 그들이 연주자들을 고용하여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정기적인 연주회를 열면서, 오케스트라 연주단체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조화로움은 짧은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뿐만 아니라 긴 우리의 인생에서도 중요하다. 오감과 지성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이성과 감정과 행동이 조화를 이루어 일치되는 삶을 살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여기서 잠깐. 감성과 감정은 다르다. 감성(sensibility)은 지성과 함께 인간의 모든 인식 활동의 기반으로 시공간의 대상으로부터 수동적으로 어떤 것을 느끼는 능력을 일컫는다. 감정(emotion)은 내적, 외적 사건에 의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신체적, 심리적 반응으로, 기쁨, 슬픔, 두려움, 사랑, 분노 등을 말한다. 살면서 잘 다루어야 하는 것은 감정이다. ‘감성적’인 것과 ‘감정적’인것은 어감부터 다르지 않은가. 감성이 있는 생명체는 감성을 기반으로 일종의 인식이 작용하여 감정을 형성하게 마련이다. 우리집 강아지도 감정이 있다. 여기서 또 잠깐. 성숙한 어른일수록 감정을 잘 조절하고 다스려야 하지만, 이는 감정이 이성보다 하위라거나, 감정을 느끼는 자신은 진짜 자신이 아니라거나, 감정이란 건 늘 억누르고 무시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감정능력’이라는 말도 있듯이, 희로애락의 원인을 잘 인식하여 자신의 감정을 잘 소화해내고 타인과의 소통도 부드럽고 현명하게 해나가라는 의미이다. 감정, 정서는 사실 한 사람의 정체성, 가치관과도 연결된다고 한다. 자신의 성격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하지 않는가.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부정적인 세계관을 형성하기 쉽고 남탓을 쉽게 하기 때문에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도 어렵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의 원인, 자신에게 내재된 욕구와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잘 아는 것은, 타인과의 소통도 부드럽고 원활하게 만들고 자신 자신을 올바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삶을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게 한다.

    다시 음악 얘기로 돌아가면,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아름다운 조화가 필수적이지만, 악보가 있다는 점에서, 악보 없이 진행되는 우리네 인생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난이도와 견줄 바는 아닌 것 같다. 재즈 애호가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즉흥 재즈피아노 연주자로 유명한 키스 자렛(Keith Jarrett)의 ‘쾰른 콘서트’연주를 한번 들어보자. 금세기 최고의 즉흥연주로 꼽히는 쾰른 콘서트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지만, 악보가 없었음은 물론 사실 공연 당일 기획자의 실수로 튜닝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일부 건반은 소리도 잃은 상태의 피아노를 가지고 연주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악조건 속에서도 더 좋은 음과 리듬, 울림을 찾고자 한 그의 노력이 최고의 음반, 최고의 조화, 필하모니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정인경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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