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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의 신(新)과 함께

    [법의 신과 함께] 법도 알아야 지키지요

    류인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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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교차로에서 우회전 하는 방법’에 대한 해설자료가 SNS에서 인기를 끌었다. 개정된 조항 자체는 단순한 것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규정과 동시에 고려할 경우 16가지 경우의 수마다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지게 되었다. 교차로 우회전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상황인데, 법규가 이렇게 복잡해도 되는건가 싶었다.


    사실 이 분야의 원조는 조세법규다. 2019년경 정부에서 주택가격 폭등을 잡겠다며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던 시기에는 워낙 수시로 규정이 바뀌고 각종 예외조항이 등장한 탓에 세무사들 조차도 주택양도소득세에 대한 상담은 포기하게 되는 상황마저 발생했다.


    운전을 하고 집을 사고 파는 지극히 일상적인 활동에 적용되는 법률마저도 이렇게 어려운데, 특별한 상황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일례로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문제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국민들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면 안된다”는 정도의 생각만 가지고 있다. 조금 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면 의제강간죄로 처벌받는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전에 의제강간죄의 기준이 13세에서 16세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게다가 성관계 상대방이 16세가 안되었어도 13세는 넘은 경우라면, 본인이 19세 미만일 경우 처벌에서 제외된다는 복잡한 구조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시간의 흐르면서 사회는 변화하고, 자연히 법령을 고쳐야 할 필요성이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예외조항을 추가하고 새로운 요건을 추가하는 식으로 덧고치다 보니 어느새 누더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며칠 전 법무부가 밝힌 민법개정안을 보자. 법무부는 “상속개시 당시 너무 나이가 어린 탓에 한정승인을 제때 하지 못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법령개정 필요성 발생 때마다
    예외조항 추가…누더기 된 법
    일반 국민은 숙지할 수 있을까
    계속 이렇게 두어도 되는 걸까


    민법의 기본 원칙은 사망한 이의 채무는 전부 상속인에게 상속된다는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신고하면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상속받는다. 여기에 또다시 예외를 두어 위 기간이 지난 뒤 비로소 상속 채무의 존재를 알았다면 추가로 3개월의 기간을 부여해 주고 있다. 이미 복잡한 구조다. 


    그런데 법무부는 여기에 다시 예외를 두어, 상속개시 당시 미성년자였다면 성인이 되고 나서 6개월의 기간을 추가로 부여해 주겠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상속개시 당시 미성년자였는데 성인이 된 후에 상속 채무의 존재를 알았다면 다시 6개월의 기간이 부여된다. 이처럼 예외에 예외가 거듭되는 내용을 일반국민들이 숙지할 수 있을까.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그렇게 어떻게든 한정승인의 기회를 보장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냥 상속의 기본원칙을 한정승인으로 바꾸어 버리면 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런식으로 제도를 완전히 갈아엎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해당 조항뿐만 아니라 관련된 조항까지 전부 고쳐야 할지 모른다. 법률뿐만 아니라 관련된 정부부처의 조직이나 사회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무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두어도 되는걸까. 법률가들조차 이해하기 어렵게 법을 만들어 두고서는 이를 국민들에게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여러차례 개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누더기가 된 법률들을 선별하여 적극적으로 전면개정을 해야 한다. 법을 좀 쉽게 만들자는 목소리가 더 많아지기를 바래본다.



    류인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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