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에는 오복의 으뜸을 수(壽)라고 했고, 다음은 부(富), 셋째를 강녕(康寧)이라고 했다. 건강보다 돈이 우선이고, 돈보다 장수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지금은 순위가 달라졌다. 2019년 우리나라 성인 502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행복의 조건으로 돈이나 명성보다 건강을 꼽는 사람이 두 배 정도 많다.
누구나 건강을 원하지만 건강하게 사는 것은 쉽지 않다. 2020년 태어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이고 건강수명은 66.3세이다. 한국인은 66세가 넘으면 평균적으로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이나 장애를 가지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유병기간이 기대수명의 20%나 된다. 우리의 기대수명은 OECD 최장수 국가인 일본과 1년밖에 차이가 없지만 건강수명은 8년 정도 짧다.
주관적 건강도 좋지 않다.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본인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OECD 평균이 3분의 2이지만 한국은 약 3분의 1로서 OECD에서 가장 낮다.
한국인들은 건강에 염려나 관심이 많은 편이다. 우리 주위에는 건강정보가 넘친다. 무엇을 먹으면 몸에 좋다거나 무엇을 하면 어떤 병이 낫는다는 등의 정보를 믿고 친지에게 열심히 퍼 나른다. 이런 민간요법은 아무리 그럴듯하더라도 검증해보면 대개 신뢰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한국인들은 유난히 건강식품에도 관심이 많다. 서양에서는 채소 포함해서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다는 것을 당연시하는데 한국인들은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다닌다.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 건강관리에 돈을 쓸 여력이 커지기 때문에 한국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관련 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한국 시장 규모는 5조 원을 넘어섰다.
이제는 종편뿐 아니라 공중파에서도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정규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있다. 프로그램 포맷이 비슷하다. 전문가 패널이 등장해서 대개 광고주가 후원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과학적으로 포장한다. 섭외된 출연자가 경험을 증거 사례로 제시한다. 그 시간에 옆 채널 홈쇼핑에서는 그 제품을 팔고 있다. 소비자들은 매체의 공신력을 믿지만 정보의 객관성에 의문이 있다.
나는 원래 몸이 약한 편이고 눈, 척추 등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다. 황반변성으로 망막 혈관이 터져 실명을 걱정하기도 했다. 노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다시 좋아지기를 바랄 수는 없지만 노력하면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나는 눈 때문에 본격적으로 건강공부를 시작했다. 황반변성이 당뇨성 질환이기 때문에 먼저 당뇨를 공부했고, 눈 건강은 신체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직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어 결국 건강을 전반적으로 공부했다. 덕분에 건강이 많이 나아졌다.
우리가 원하는 건강정보는 과학에 기반을 둔 검증된 정보, 상업성에서 자유로운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 건강이나 신체의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보다. 우리나라 정보는 그런 점에서 미흡하기 때문에 나는 미국의 최신 정보와 전문가들의 강의를 중심으로 공부했다. 당뇨와 같이 만성질환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에 논란이 있거나 다이어트 방법과 같이 전문가 사이에 치열한 대립이 있는 분야 등은 의학논문까지 참조했다. 건강에도 모범답안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
[ 고승덕 약력 ]
광주 출신인 고승덕(65·사법연수원 12기)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 고시 3관왕을 달성했다(사법시험 최연소, 행정고시 수석, 외무고시 차석 합격).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예일대와 하버드 로스쿨 석사(LL.M.)를, 컬럼비아대 로스쿨 법무 박사(J.D.)를 받았다.
세계 최대 법률 회사인 베이커앤맥켄지(Baker&McKenzie)에서 일했으며 SBS 〈솔로몬의 선택〉, KBS 〈생생 경제 연구소〉 등을 진행했고, 자산운용 자격증을 따고 주식투자 칼럼과 방송을 진행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수험공부를 제일 잘한 사람' '원조 공부의 신' 등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