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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K의 와인여정] (19) 최고의 와인파트너

    현재와 미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지만 실재(實在)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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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에게는 소소한 즐거움이 하나 생겼다. 아들이 드디어 성년이 되어 법적으로 음주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나와 함께 어디서든 떳떳하게(?) 와인을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들은 올해 영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여 런던 근교 대학에 다니고 있다.

    나는 아들이 아주 어렸을 때(초등학교 시절)부터 와인에 대한 경험을 쌓게 하려고 시도했었다. 미슐랭스타 음식점 등에도 여러 번 데려가서 테이블 매너와 와인 서빙, 시음(물론 입에서 맛만보고 뱉게 하였지만) 등을 경험하게 하였고, 여러 와인의 빛깔과 향과 맛을 보게 하였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에 보면 와인에 대하여 나름 좀 아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들이 와인을 시음하면서 포도 품종이라든지 오래된 와인인지 '영'(young)한 와인인지 'medium body'인지 'full body'인지 등을 평할 때면 나는 기특함을 넘어 황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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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 아들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새로 사귀는 여자친구(M)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서유럽인과 중동인 부모를 둔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미모의 새내기 의과대학생이었다. 여러 번 함께 식사도 했고 강릉과 양양으로 가족여행도 함께 동행했다. 그동안 벼른 바 있어 이번에는 여러 번 여러 와인을 아들과 함께 마셨다. 특히 아들의 나이와 같은 2003년 빈티지를 많이 마셨다. 하루는 내가 Pichon Lalande 2003을 오픈해서 아들과 함께 마시며 아들의 옛 여자친구였던 A의 이야기(이 칼럼 3편 “며느리와인” 참조)를 꺼냈다.

    “A와 M을 한번 비교해 볼래?”

    아들, “A는 너무 순종적이고 조용하고, M은 자기 감정표현, 개성과 주장이 뚜렷해.”

    “그래도 내가 보기에 A는 참 사려 깊고 인내심도 많은 것 같던데… 반면에 M은 네 말대로 똑똑하고 개성이 강한 것 같아.”

    내가 다시 “싸운 적도 있니?”

    아들, “A와는 싸움이 안되고, M과는 가끔 의견충돌과 감정충돌로 다투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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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내가 Petit Cheval 2003을 오픈해서 우리는 두 와인을 동시에 비교하며 마시기 시작했다(Petit Cheval은 St. Emilion의 최고등급 샤또인 Cheval Blanc의 세컨드 와인이다).

    아들이 Petit Cheval 2003을 마시자마자 “이 와인 너무 좋다! 최고다!”

    내가 물었다. “이 두가지 와인 중 어떤 와인이 A를 닮은 것 같아?”

    아들, “그러고 보니 Pichon Lalande 2003이 A같고, Petit Cheval 2003이 M같은데?! 참 신기하네!”

    내가 또 물었다. “앞으로 20년 동안 이 두 와인이 어떻게 변할 것 같아? 20년 후에도 너의 평가가 똑같을까?”

    아들, “모르겠는데….”


    아들아!
    때로는 정말로 중요한 것들은 눈에 안보이는 경우가 많아. 보이더라도 오랜 기간 각별한 수련과 경험을 해야만 서서히 그 존재를 알게되는거지. 마치 우리가 지금 함께 마시는 이 와인처럼. 이 와인이 어떻게 태어나서 지금의 이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십년 이십 년 동안 어떻게 변모할지 상상해보렴. 나는 네가 한눈에 화려하고 웅장해 보이지는 않더라도 이 훌륭한 와인처럼 오랫동안 잘 성숙해가면 좋겠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면 좋겠어.

    그리고 무엇이든 누구든 언뜻 바로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지 않고, 현재의 모습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앞으로의 변모과정은 어떻게 펼쳐질지를 항상 겸허하게 성찰하고, 눈앞의 강함과 화려함에 주눅 들지 않고 연약하고 초라함에 오만하지 않는 아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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