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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의 법문정답

    [박성민의 법문정답] 정치의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파장'을 읽어야

    法問政答 : '법이 묻고 정치가 답하다'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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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분석가·정치 컨설턴트·정치 칼럼니스트가 제가 하는 일입니다. 언론은 정치 평론가란 말을 주로 씁니다만 저는 정치 분석가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평론은 ‘이미 만들어진 것’에 대해 ‘주관적으로 평하는 것’입니다. 문학·음악·미술·영화·건축·음식·패션·연극 같은 영역이죠. 같은 영화를 보고 “오늘 밤이 가기 전에 그 영화를 꼭 보세요”라고 호평하는 평론가가 있는가 하면 “그 돈 있으면 파스타 사 먹으세요”라고 악평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분석은 ‘계속 변하는 것’에 대해 ‘객관적으로 예측하는 것’입니다. 경제나 정치가 그런 분야죠. 환율·금리·물가·주가·성장률을 예측하듯 지지율이나 승리 가능성도 분석을 바탕으로 예측하는 대상입니다. ‘내가 나를 규정하지 않으면 상대가 나를 규정하게 되는 것’이 정치 캠페인의 불문율이므로 저는 “평론가가 아니라 분석가라 불러주세요”라고 늘 요구합니다.

    ‘정치 컨설턴트’라는 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은 정치 컨설턴트를 ‘전략가’니 ‘책사’니 하면서 대단한 비책을 가진 사람인 양 과장합니다. 컨설턴트도 전략을 만들고 제안하지만 제 생각에 전략가는 전략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고 (전략을)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제 기준으로는 플라톤·아리스토 탈레스·공자·마키아벨리 같은 사람은 모두 컨설턴트입니다. 결정권이 없었죠. 반면 제갈량은 전략가입니다. 모든 걸 결정했습니다. 물론 저 같은 컨설턴트도 미국처럼 대선 캠프에서 ‘수석 전략가’를 맡을 수 있습니다. 전략가로 쓸 것인지 컨설턴트로 쓸 것인지는 전적으로 후보의 선택입니다.

    정치분석가로 저는 언론에 정치 현안에 대한 ‘코멘트’를 하고 선거 방송에서 ‘코멘테이터’를 맡기도 합니다. 많은 신문과 방송에서 정치 분석을 하면서 제 나름의 분석 틀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자나 정치인은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의 정치적 ‘의도’에 지나치게 무게를 둡니다. 누가 무슨 생각을 했다는 것이 곧바로 현실이 되는 게 아닌데도 말입니다. 그런 식의 ‘결정론’적 분석으로는 정치 상황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의도·의지·파워·실행·결과·파장의 여섯 단계를 동시에 읽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파장’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의도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마이크 타이슨이 유명한 말을 남겼죠.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저는 의도는 비교적 무시하고 (남들이 놓치고 있는) 파장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파장을 읽는 능력에서 정치 분석의 차이가 결정됩니다.

    소양감댐 건설 당시 정주영 현대 회장은 댐이 건설되면 상습 침수를 벗어나는 압구정 땅을 사들여 큰돈을 벌었다고 알려졌습니다. 1994년 성수대교가 붕괴된 후 서울시는 모든 한강 교량을 점검한 후 당산철교를 2년간 끊기로 결정했습니다. 시내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합정이나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버스로 다리를 건너야 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유동 인구 덕에 홍대가 뜨게 됐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런 파장을 읽는 눈이 있어야 뛰어난 정치분석가가 될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정치 분석을 하려면 ‘당파성’에 사로잡히면 안 됩니다. 저는 훌륭한 정치 컨설턴트의 기본 자질로 ‘고객에 대한 철저한 보안 의식’과 함께 ‘당파적 중립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나친 당파성을 가진 사람은 확증편향에 쉽게 휩싸입니다. 귀를 막고 눈을 멀게 하는 확증편향에 빠지면 민심 흐름을 놓치기 때문에 뛰어난 분석가나 전략가가 될 수 없습니다. 극단적 진영 싸움의 시대에는 모두로부터 욕먹는 게 지혜로운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누구도 지배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꿈꿔온 저는 타인의 삶에 강제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정치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제가 정치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정치 컨설턴트나 정치 칼럼니스트는 좀 다릅니다. 결정권을 상대가 갖는 것이니까요.

    문학 평론가 김현에 대해 “평론가는 작가가 되지 못한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열등감을 갖지 않게 된 것은 전적으로 김현 덕이다”라는 찬사를 보냈듯이 훗날 저도 “정치 컨설턴트는 정치인이 되지 못한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열등감을 갖지 않게 된 것은 전적으로 그의 덕이다”라는 말을 들을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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