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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Law] 소수계 우대정책의 과거와 미래: 다양성 딜레마

    이민규 외국변호사(미국)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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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수정헌법 제14조는 법률에 따라 시민들을 평등하게 보호할 것을 보장한다. 그런 면에서 인종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차별 대우하는 소수계 우대 입시 정책은 수정헌법 제14조가 보장하는 평등권에 반하는 위헌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이러한 비판에 맞서 연방대법원은 '다양성의 추구'라는 명분을 토대로 우대정책을 수차례 용인해왔다. 다양한 학생 인구가 대학들로 하여금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다만 다양성을 늘리고 소수 인종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이 제도가 정작 소수계인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역차별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소수계 우대정책이 과연 공정한 정책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어퍼머티브 액션의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인 SFFA가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낸 위헌소송 역시 이 공정성 논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31일 열린 구두 변론에서 평소 소수계 우대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을 표명하던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공정성 논란 대신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파고들었다. 인종을 기준으로 한 차별적 대우를 금기시하는 헌법적 원칙에 예외를 두면서까지 다양성을 추구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즉각적으로 다양성의 효용에 대해 변론했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소수계 우대정책 없이는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을 포함한 수많은 소수 인종 학생들의 대학 입학률이 떨어질 것이라며 이와 같은 결과가 사회에 미칠 실질적인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미국의 대학들, 그중에서도 소위 명문대라 일컬어지는 대학들은 사회의 지식층과 리더들을 배양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그 사회적 여파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케이건 대법관은 그렇기 때문에 한 사회의 고등 교육 기관의 구성 인구는 실제 그 사회 전체의 구성 인구를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학생 인구의 다양성은 그 교육적 혜택뿐만 아니라 실제로 한 사회의 평등과 기회 제공이라는 지표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 대법관들이 기존 판례의 논거를 기반으로 다양성의 ‘효용’에 집중했다면,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다양성이라는 ‘개념’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평소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다양성이라는 개념 자체의 모호성에 대해 파고든 것이다. 강경 보수파이자 소수계 우대정책에 가장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은 "다양성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는데 도대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토마스 대법관은 하버드대의 학생 인구의 대다수가 부유층 자녀이거나 ‘레거시’ 입학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이라는 통계를 예로 들며 대학이 정말 학생 인구의 다양성에 대해 진심인 것인지 물었다. 다른 사회경제적 지표는 간과하면서 인종만을 다양성의 지표로 국한하는 것이야말로 편협한 시각이 아닌 것인지 꼬집은 것이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 역시 만약 소수계 우대정책의 목적이 다양성이 제공하는 교육적 혜택을 보장하는 것에 있는 거라면 왜 인종적 다양성에만 예외를 두고 종교적 다양성과 같은 다른 종류의 다양성은 보장하지 않는 것인지 지적했다.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다양성이라는 개념의 모호성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예를 들며 비판을 제기했다. 학생들이 대학 입시 과정에서 자신을 소수 인종이라고 특정하는 것에 대한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고 반문한 것이다. 이를테면 부모가 소수 인종이면 학생도 자동적으로 소수 인종으로 분류되는 것인지, 아니면 조부모까지 그 범위를 넓혀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애초에 그 범위를 학생이 설정하게 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모호하고 불분명한 다양성이라는 개념과 달리, 이날 구두 변론에서 드러난 보수 성향 다수의 연방대법원의 입장과 소수계 우대정책의 미래는 꽤 분명해 보인다. 소위 '어퍼머티브 액션’이라고 불리는 인종을 기준으로 삼는 소수계 우대 대학 입시 정책은 폐기되거나 최소한 전면적으로 수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해진 것은 하나 더 있다. 바로 다양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중대한 질문이 이미 우리 사회가 직면해야만 할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민규 외국변호사(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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