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법학전문대학원생(법전원생)들은 교과서나 요약서를 순서대로 읽어나가는 방식으로 공부를 한다. 이처럼 챕터 내지 단원별로 끊어서 지식을 덩어리지어 공부하는 방식을 서양에서는 '블록킹(Blocking)'이라고 한다. 그런데 법전원생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교재는 소위 체계서에 해당하여 학생의 이해편의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난이도의 경중도 없어 한 챕터 내에서 기초적 개념부터 다른 부분과의 연계적 이해를 필요로 하는 부분까지를 한꺼번에 서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그러나 지식습득에 있어 인지적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필요할 경우 쉽게 공부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법학에서는 앞서 언급한 교재의 특성으로 인해 이러한 일이 특히 빈번히 발생한다. 지식 인출(Retrieval)이 기억을 더욱 강화시키고 처음부터 세부적인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보다 전체적인 틀 내지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아울러 고려하면, 인지적 비용을 낮추면서 전체적인 짜임을 먼저 습득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이러한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 바로 '인터리빙(Interleaving)'이다. 어느 한 지식 블록별로 완전하게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지식 체계상 연관성이 있는 다른 챕터나 과목을 섞어서 공부를 하는 방식인데, 각 장절별 또는 과목별로 일정한 연관관계를 갖는 법학에서는 특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인터리빙 학습법을 법학공부에 적용하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크게 두 가지이다.첫째는 처음부터 책을 순서대로 정독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은 목차만을, 한 번은 개념만을, 한 번은 예시만을 읽는 식으로 챕터를 건너뛰며 읽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횡적인 파악을 통하면 전체적인 서술 체계 또는 구조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일 수 있다. 부분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전체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둘째는 과목별로 서로 연관이 있는 부분을 함께 공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민법에서 법률행위의 흠 부분은 형법의 책임조각사유와 함께 공부한다. 제한능력제도는 형사무능력제도에, 기망과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법률의 착오와 강요된 행위에 각각 대응한다. 형법의 죄형법정주의는 헌법의 신체의 자유 부분을 공부할 때 함께 공부하면 좋고, 헌법상 비례원칙과 평등원칙은 행정법의 기본원칙과 행정행위의 하자, 형사소송법의 기소권 남용의 법리 등과 함께 공부하면 좋다. 회사법은 민법의 법인법·조합법과 함께, 위임은 사무관리·(비용)부당이득과 함께 공부하면 좋고, 보험법은 민법상 전형계약 이후에, 어음·수표법은 변제법 이후에 공부하면 좋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전반적인 법과목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필수로 하므로 공부의 초입에서부터 시도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이윤규 변호사(법무법인 가림)